위안부 문제 '일본 정부 책임' 법원이 첫 인정... 한일관계 또 격랑
"반인도적 범죄행위에까지 '국가면제' 국제관습법 적용할 수 없다"
[법률방송뉴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날 판결은 지난 2018년 대법원의 일본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경색된 한일관계에 다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국가면제'는 국내 법원이 외국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지만, 반인도적 범죄행위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며 "이 사건 행위는 비록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는 사안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이 피고(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설명은 일본 정부가 이 사건에서 끝까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며 국제법상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주장한 데 대한 판단을 명시적으로 알린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구 일본제국은 침략전쟁의 수행과정에서 군인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이른바 '여성 위안부'를 관리하는 방법을 고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안소를 설치 운영했다"며 "원고를 포함한 위안부들은 일본제국의 조직적인 통제 하에 일본군의 성적 행위 대상이 됐으며 성병과 원치 않는 임신, 수치심으로 인한 불명예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인한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양국 간의 1965년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춘희 할머니 등은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에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3년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위자료 각 1억원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재판부는 공시송달을 통해 2016년 1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법원은 4차례 변론 끝에 피해자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동안 소송을 낸 배 할머니는 2014년 세상을 떠났고, 공동 원고인 김군자·김순옥·유희남 할머니 등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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