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과도한 기본권 제한"... '변호사시험 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일부인용
법조계 "장관 정치이슈 골몰,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참사까지 챙길 일은 안 하고"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법률방송뉴스] 5일부터 치러지는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코로나19 확진자와 고위험군에 속하는 수험생들도 응시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4일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지난달 29일 법무부를 상대로 낸 '변호사시험 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확진자의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부분 등에 대한 효력을 헌법소원 본안 판단 전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변호사시험을 하루 앞두고 낸 이날 결정으로 코로나 확진자의 변호사시험 응시를 막았던 법무부는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이어 또다시 코로나 대책 관련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헌재는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23일 발표한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유의사항' 중 ▲코로나19 확진환자는 시험 응시 불가 ▲자가격리자는 2021년 1월 3일 18시까지 사전 응시 신청 ▲고위험자의 의료기관 이송 등 사항에 대해서는 효력을 정지시켰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과 응시횟수 및 기간이 정해져 있는 변호사시험의 특성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현재 감염병의 유행이 중한 상태에 접어들어 누구라도 언제든지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변호사시험 응시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했다. 

이어 "응시생 중 시험장에서 고위험자로 분류됐다 하더라도 아직 감염병으로 확진이 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는 당일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며 "변호사시험은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는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법무부 공고에 따라 수험생이 응시기회를 잃게 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법무부의 확진자 응시제한 조치는 오히려 코로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 또는 고위험자의 시험 응시를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의심증상이 있는 응시예정자들이 증상을 감춘 채 무리하게 응시하게 돼 감염병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날 밤 헌재 결정이 나온 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존중해 확진자도 격리된 장소나 병원에서 별도의 감독 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일 시험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응시자 중 자가격리자와 확진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시험장소인 연세대와 중앙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응시자 중 확진자는 없다'는 법무부의 반응은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시험 관련 방역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달라는 수험생들과의 요구에 시종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법무부가 헌재 결정 후 곧바로 말을 바꾼 것은,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와 마찬가지로 애초 코로나 방역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번 헌재 소송을 주도한 방효경 법무법인 피엔케이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법무부가 시험 하루 전날인 오늘 지금까지도 확진자 응시 금지라고 이야기 해놓고, 헌재 결정이 나자 '응시 가능'이라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확진자의 경우) 병원에서 시험을 보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도 1시간 만에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무부는 이번 소송에 대한 헌재의 답변 요구에도 불성실하게 대응,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시 수험생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난달 29일 이후 이틀 만에 헌재가 법무부에 확진자 응시제한에 관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무부가 뚜렷한 법적 근거나 대책도 없이 수험생들의 응시기회를 제한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악의 코로나 참사를 야기한 서울동부구치소 사태는 물론 변호사시험과 관련해서도 법무부의 대응능력에 한계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법무부장관이 정치적 이슈에 빠져 '윤석열 찍어내기'에만 골몰하다 정작 챙겨야 할 사항들은 나몰라라 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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