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소년법 우범소년 규정 폐지 권고

[법률방송뉴스] ‘우범소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범죄소년’ 이미지가 물씬 풍깁니다.

법적으로는 ‘범죄를 행할 우려가 있는 소년’ 정도의 뜻인데, 1958년 소년법 제정 당시부터 우범소년 용어가 법전에 들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앞두고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가 법무부에 이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신새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우범소년은 소년법 제4조1항3호에 규정돼 있습니다.

소년법은 우범소년을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이와 함께 우범소년 사유도 적시하고 있습니다.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性癖)이 있는 것,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것,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법안은 위와 같은 ‘성벽(性癖)’이 있는 ‘우범소년’을 경찰서장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죄를 범한 촉법소년이나 범죄소년과 동일한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78명이었던 우범소년 송치 인원은 지난해엔 799명으로 급증했습니다.

3년 만에 무려 450%나 폭증한 겁니다. 

또 소년보호혁신위원회 내부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소년 가운데 다른 범죄 없이 우범성만으로 위탁된 비율이 18.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우범소년으로 낙인이 찍혀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어온 겁니다.

우범소년 규정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낙인찍기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과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위원]

“우범소년이라는 게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주변을 불안하게 하는 이런 추상적인 문구로 정해져 있는데요. 학교의 장 또는 아동복지시설 장 등이 이런 우범성만을 이유로 법원에 통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돼 있어요. 그렇다 보니까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도 소년재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하는 거죠.”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6년 11월 우범소년 규정 전체 삭제 검토를 권고했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지난해 10월 우범소년 규정 삭제를 우리나라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국내외 인권단체의 잇따른 권고에 따라 법무부 산하 소년보호혁신위원회가 소년법 우범소년 조항을 폐지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습니다.

혁신위는 법조계와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 총 2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법무부 자문기구로 소년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출범했습니다.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실제 죄를 범한 범죄소년과 똑같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자 낙인효과만 강화할 뿐 소년범죄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위원]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도 연령을 이유로 어떠한 사법적 개입이 가능한 규정이잖아요. 이 문제 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인권 규범이 여러 차례 비위·비행을 처벌하는 법적 규정은 폐지하라는, 우범소년 규정은 삭제하라는 권리기반 접근에 따라서 이 규정이 삭제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도출된 겁니다."

김희진 변호사는 그러면서 “우범소년을 범죄소년과 동일시해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복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동복지법 및 청소년복지지원법 등을 적극 운용·개정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나 가정 밖 청소년 등을 위한 지원과 보호 대책을 실효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조언입니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위원]

“문제의 핵심은 보호를 위해서 어떠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금적 수단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지금 이 성인들이 보기에 위험하다고 보이는 위기상황에 있는지, 가정의 문제라든지 심리·정서적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들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사법적 개입 말고 복지적 개입을 선택할 수 있는...”

지난 1958년 소년법 제정 이후 두 차례 우범 사유만 개정됐을 뿐 여전히 우리 법전에 남아 있는 ‘우범소년’ 규정이 2021년 새해엔 폐지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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