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특검 "모범 보여야 할 삼성이 더 쉽게 범죄 저질러"
재판부 '삼성 준법감시위' 양형 반영 뜻 내비쳐... 내년 1월 18일 선고공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30일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8일을 선고공판 기일로 지정했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라며 "우리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삼성은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검은 1·2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것에 비해 구형량을 낮춘 이유에 대해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으로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진 지 4년여 만에, 재판 과정으로는 3년 10개월 만에 선고만을 남겨놓고 마무리됐다. 삼성의 뇌물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최순실씨 등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국정농단 사건 주요 인물들은 이미 형이 최종 확정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돼 석방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1심에서 인정된 89억원의 뇌물공여 혐의 액수가 2심에서 36억원으로 감액되면서 형량이 줄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상고심에서 2심이 무죄 판단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액이 36억원에서 다시 86억원으로 늘어난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감경 요소를 인정받지 못하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요청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을 전제로 준법감시위를 '양형 조건'으로 제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 측은 권고대로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고,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에 대해 대국민 입장을 공표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던 만큼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그러나 "법률의 특별규정에 의해 형이 감경되는 법률상 감경은 거듭 감경이 가능하지만, 재판부 재량에 따라 감경되는 작량감경의 경우에는 거듭 감경이 어렵다"라며 "감경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면 결과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라든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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