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뿐인 정부안 절대 못 받아"... 혼돈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란 핵심 쟁점은
"껍데기뿐인 정부안 절대 못 받아"... 혼돈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란 핵심 쟁점은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12.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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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안 원안서 크게 후퇴한 수정안 제안하며 혼란·반발 극심
노동계 "중대재해 방지라는 법 취지 훼손, 생명은 타협 대상 아냐"

[법률방송뉴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둘러싸고 여야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안을 가져오면서 논란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건데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늘(30일) “내년 1월 8일 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거셉니다.

신새아 기자가 논란과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오늘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일 회의를 열어서라도 내년 1월 8일 전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 위해 심사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어제 중대재해법 심사를 위한 소위를 열었지만 ‘중대재해’ 정의를 정하는 것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백혜련 의원 /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중대재해 개념을 '중대 산업재해'와 '중대 시민재해'로 나누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이런 혼란과 혼선은 정부가 애초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수정안을 들고 오면서 초래된 측면이 큽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점 중대재해 적용 기준

가장 큰 논란과 쟁점은 중대재해법 적용 기준입니다.

초안은 ‘사망자 1명 이상’을 중대재해로 규정했지만, 정부는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을 제시했습니다.

정부안으로 확정되면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씨나, 구의역 김군 같은 경우에도 중대재해법 적용에서 제외됩니다.

혼자 일하다 혼자 죽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중대재해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에서 20일째 단식 중인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정부안을 봤는데 어처구니가 없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용균이는 혼자 일했고, 많은 죽음이 거의 혼자 일하다가 일어난다. 혼자 일하다 벌어지는 재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죽음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김미숙씨의 절규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점 ➁법 적용대상 및 유예기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 기준도 논란입니다.

정부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법 적용을 4년간,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간 유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안대로 되면 38명이 숨진 이천물류창고 화재참사 같은 대형참사 사업장에 대한 처벌도 유예가 됩니다.

시공사가 임직원을 다해서 62명인 중소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사업장의 98.8%가 50인 미만이고, 특히 전체 산재 사고의 절반이 터지는 건설사업장의 경우엔 97%가 100인 미만입니다.

산재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사업장이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법망 밖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 불렸던 산업안전보건법의 재탕이 될 것이라는 비판과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상희 교수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사실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 50인 이하 기업이고요. 그러다보니까 그 기업에 대해서 적용 유예 한다는 것은 이 법을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되는 거죠. 뭐 그렇게 보면 결국은 이 법이 형해화되거나 또는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점 원청 책임범위

원청 책임 범위도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습니다.

정부안은 산재 책임에서 발주자는 삭제하고, 법인이사 처벌 조항도 ‘안전보건업무 이사’로 한정했습니다.

실질적 지배력과 권한이 있는 오너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그나마 원청이 시설·설비를 소유하거나 해당 장소를 관리할 때만 공동의무를 지도록 했고, 임대나 용역을 준 경우는 책임에서 제외했습니다.

건설현장 등은 기계를 임대해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비판입니다.

[정흥준 운영위원장 / 한국산업노동학회]

“임대라든지 용역이라든지 도급이라든지 이렇게 구분을 해서 축소를 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되면 사실은 산업재해가 하청기업들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예방이 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가 되고요.”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점 처벌 수위

적용 기준과 범위, 대상과 함께 정부안은 처벌 수위 역시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습니다.

초안에 ‘손해액의 5배 이상’을 배상액으로 규정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정부안에선 ‘손해액의 5배 이내’로 바뀌었습니다.

5배 ‘이상’이 5배 ‘이내’로 축소된 겁니다.

원안 안전보건 조치 위반 '5억원 이상' 벌금도 정부안에선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하한선을 원안의 10분의1로 낮추는 동시에 벌금 상한선을 뒀습니다.

정부안은 그밖에 중대재해 책임을 묻는 대상에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중앙행정기관장과 지자체장을 슬그머니 뺐습니다.

정부안은 또 “과거에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했거나 조사를 방해한 업주는 사고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도 삭제했습니다.

정부안이 채택된다면 중대재해 방지라는 법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냐는 것이 노동계의 우려입니다.

[정흥준 운영위원장 / 한국산업노동학회]

“기업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또 안전관리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게 되면 이 법의 취지가 많이 훼손돼서 결국 이전처럼 안전문제를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국회에서 20일째 단식 중인 고 김용균씨와 이한빛PD 유족들, 정의당 역시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을 봐야 하느냐”며 “껍데기뿐인 정부안을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오늘 페이스북에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죽음을 방치하는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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