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변협 집행부 '후보자 토론회' 일체 불허... 석연찮은 해명에 '음모론'까지

[법률방송뉴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51대 대한변협회장을 뽑는 변협회장 선거도 코로나 여파를 비켜갈 수는 없는데요.

일단 본투표는 내년 1월 25일로 잡혀있는데, 본투표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사표를 던진 5명의 후보들은 이번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데 현 대한변협 집행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선거운동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인데요. 무슨 일인지 왕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 교대역입니다. 

제51대 대한변협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입니다.  

[현장음]

"이번에는 2번입니다"

역 건너편에선 또 다른 후보가 기호를 외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5번, 5번 파이팅"

유세 도중 마주친 후보들은 웃으며 덕담을 건네면서도 서로 은근히 견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기호 2번 조현욱 후보 / 기호 5번 박종흔 후보] 

"안녕하세요. 여기는 후보님 하시니까 저희는 다른 데로 갈게요.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하십시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대세라며 서로 승리를 장담합니다.   

[기호 2번 조현욱 후보]

"당연합니다. 지금 저희가 대세라고 주변에서 다들 말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기호 5번 박종흔 후보]

"100퍼센트 확신합니다. 지방을 가도 그렇고, 회원들을 만나도 그렇고. 무조건 승리합니다."  

이번 선거엔 변협회장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5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후보들은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바닥을 훑으며 한 표를 호소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웃으며 지지를 호소하고는 있지만 사상 초유 코로나19사태 속에 치러지는 선거, 각 후보 캠프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일단 코로나 때문에 선거 운동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아예 선거 운동 방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까지 붙인 법률사무소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권자를 대면 접촉할 기회 자체가 예년보다 크게 줄고 어려워진 겁니다.

[기호 1번 이종린 후보]

"저도 지금 지방을 다니고 있긴 한데, 어, 코로나로 인해서 상당히 제한을 받고 있죠. 그래서..."

여기에 현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엔 후보자 토론을 열지 않기로 한 것도 후보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며 선거운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직접 회원들을 만날 기회는 예년보다 줄었는데, 그나마 토론회도 안 연다고 하니 공약이나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후보를 알릴길 없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자 하소연입니다.    

[기호 5번 박종흔 후보]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으면 후보에 대해 제대로 알 방법이 없습니다. ‘깜깜이 선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보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권리를 모두 박탈당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후보자 토론을 개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호 5번 박종흔 후보]

"토론회를 통해서 후보의 경력, 능력, 비전 등을 검증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됩니다." 

[기호 1번 이종린 후보]

"저희 공약이나 저희들이 어떻게 변협을 운영할지에 대해서 회원들께 좀 더 알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론회는 적극 찬성합니다." 

현재 선거 판세나 유불리를 떠나, 회원들의 알권리와 투표에 필요한 정보제공을 위해 후보자 토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후보들의 일관되면서도 공통된 입장입니다. 

[기호 2번 조현욱 후보]

"코로나로 비대면이 강조되기 때문에 후보자가 유권자인 변호사들을 만날 기회가 너무 없는데요. 이럴 때 일수록 토론회를 통해서 후보자를 잘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변협은 무슨 이유에선지 '토론회 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변협은 나아가 변협 선관위 주최 토론회가 아닌 다른 토론회에 대해서까지 일체 참가 불가 방침을 각 후보들에게 통보한 상태입니다. 

일체 모든 토론회 참가는 안 된다는 건데, 심지어 변협은 언론사 주관 공청회나 합동연설회 참가도 불허하고 있습니다.    

전임 김현 제49대 변협회장은 변협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 

"지금 같은 대면이 안 되는 시기에 토론회는 꼭 필요하고 그걸 못하게 한다는 것은 회원들의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거라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확산 차단이 이유라면 가림막을 설치하든지, 온라인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면 되지 모든 토론회를 원천 차단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

"제가 출마했을 때도 토론회를 통해서 후보들도 치열하게 준비하고 또 상대방 후보한테 생각도 물어보고 그래서 아주 유익했다고 생각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토론회는 후보들의 장단점을 회원들한테 다 정확히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하구요."

이런 지적과 비판에 대해 변협 선관위 관계자는 "변협 자체 제작 정견발표 동영상을 통해 회원들이 핵심 공약 등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토론회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변협이 제작한 5분 안팎짜리 동영상 하나로 후보들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냐는 회의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초동 A 변호사]

"왜냐하면 동영상 좀 짧은 3분, 4분 그 정도 되는 것들을 각 후보별로 올린 것들을 제가 찾아봤었는데, 그것만 보고 사실 변협회장으로서 어떤 자질이 있는지 이런 걸 어떻게 알 수 있을지..."

이 때문에 현 변협 집행부가 뭔가 다른 이유 때문에 후보자들의 토론회를 극구 저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협 행태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초동 A 변호사]

“사실 유권자로서 되게 답답하고 사실 왜 이렇게 운영하는지 현재 변협이 왜 이렇게 까지 토론회나 이런 걸 안하는지에 대해 조금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
 
사상 최대 5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 사상 초유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51대 대한변협회장 선거.

변협 선관위가 법조계의 비판과 지적을 반영해 이제라도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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