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의뢰인분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상간 소송은 물론이고 이혼 소송의 경우에도, 소송 제기 사실을 상대방에게 밝히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감추는 것이 좋을지 물어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변호사 상담 후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임은 분명하기에 소를 제기하는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를 향해서 “이제는 내 변호사랑 얘기해! 나한테 얘기하지 말고”라는 이야기를 해도 될지 궁금해하시는 것인데요.

그러나 저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소송 제기 사실이나 변호사로부터 상담받은 일 등을 일체 오픈하시지 말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그것은 바로 언제 획득할지 모를 증거수집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드라마가 있지요, 바로 ‘펜트하우스’입니다. 저도 열혈 시청자 중 한 명인데요, 극중 이지아(심수련 역)는 남편 엄기준(주단태 역)의 외도 사실을 진작에 알아차리지만, 가면을 쓰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합니다.

그리고 외도의 증거를 얻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심수련은 남편의 핸드폰을 도청하면서 통화 내용을 모두 듣습니다. 심수련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단태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라며 좋아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평소 의뢰인들에게 드렸던 주의사항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민사소송의 입증자료로 쓰는 경우 추후 형사 고소를 당할 위험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통신보호비밀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통신보호비밀법 제3조 제2항에서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어 제4조 제2항에서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의 차량에 녹음기 등을 몰래 설치하여 상간자와 배우자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 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위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 문제는 당해 조항의 처벌의 수위를 정하고 있는 통신보호비밀법 제16조 제1항에서는 벌금형을 정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상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상간자와 배우자 사이의 대화를 차량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 등으로 녹음하여 당해 증거를 제출한 경우, 상간자가 소송을 제기한 원고를 상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입증하려 녹음한 것이라고 아무리 항변을 해보아도 이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를 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벌금형이 없으니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고 하여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 외에도, 배우자의 스마트폰에 감청 앱 등을 몰래 설치한 경우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및 유포한 것에 해당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합니다) 제48조 제2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2).

만일 심수련이 주단태의 외도를 응징하기 위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취득한 정보들을 토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해달라는 의뢰를 해온다고 상상해본다면, 저는 불법하게 수집한 증거들은 일단 넣어두시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상간자나 배우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인 금전적 손해배상을 구하려다 정작 본인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는 고구마같이 답답한 현실을 뒤로하고 앞으로 어떤 사이다 같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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