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 관행 아닌 관행, 독소조항 있어도 거부 못해... 갑질 만연"

[법률방송뉴스] 지난주 법률방송에서는 ‘아기상어’ 동요가 주제가로 나오는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 관련해 제작사와 시나리오 작가 간 저작권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법률방송이 더 취재를 해보니 아예 계약서 자체에 시나리오 작가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가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신새아 기자가 계약서를 단독입수 했습니다.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 제작사 스마트스터디와 시나리오 작가가 체결한 용역 계약서입니다.

계약자 갑은 ‘스마트스터디’, 계약자 을은 ‘윤성제’, 계약명은 ‘핑크퐁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업’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3화부터 26화까지 24회분 작업 계약금액은 1천500만원, 이를 편당 24로 나누면 1회당 62만5천원이 시나리오 작가료입니다.

1화와 2화는 1회당 100만원을 받은 것을 계산해도 전체 26회 시나리오 1회당 작가료는 65만3천846원이 됩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급이 있는데 좀 센 분은 여기서 뭐 한 80만원 이렇게 되고, 100만원도 있을 수 있고 아주 유명한 분은. (급이) 낮으면 그건 끝도 없고. 보통 한 이 정도는 중간쯤이다...”

작가료도 작가료지만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들이 업계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뽑는 것이 이른바 ‘저작권 포기 각서’입니다.

윤성제 작가의 용역 계약서 제15조 ‘저작재산권의 양도’ 조항입니다.

15조 1은 “발주품의 모든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은 ‘갑’이 대금지급을 완료했을 때 ‘갑’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에겐 일체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계약서 15조는 이와 함께 발주품을 원저작물로 한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나 발주품을 구성 부분으로 하는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권리 또한 ‘갑’에게 귀속되고, ‘을’은 이와 관련해 어떤 권리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5조 4는 또 "발주품의 사용 및 발주품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과 이용에 대해 어떠한 저작인격권도 행사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나리오 작가로서 저작권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입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관행에 가깝죠. 어떻게 보면 열악하고 또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가 많지 않다보니까 어떤 집단이나 이런 걸 만들기도 어렵고 또 이게 출판물이 아니다보니까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캐릭터 등 2차, 3차 가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애초 일체의 지적재산권을 포기한다는 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 아닌 관행이라는 것이 윤 작가의 설명입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이건 누구도 계약서에 토를 달수가 없구나, ‘갑’한테는. 아무리 작가가 유명하다해도 ‘을’의 입장이고 결국 갑이 해달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 구나’라는 생각이...”

아무리 이런 식의 계약서 작성이 업계 관행이라 하더라도 아예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크레딧에서 본인 이름을 뺄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것이 윤성제 작가의 말입니다.

저작과 관련한 ‘재산권’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저자의 ‘인격권’에 해당하는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는 게 윤 작가의 말입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작품을 썼을 때 작가가 비용을 떠나서 이름을 안 넣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런 경우를 무수하게 작품을 많이 했는데 처음 봤어요. 적은 비용을 받고 일을 할 순 있어요. 돈을 받는데 이름을 빼는 경우는...”

실제 핑크퐁 시나리오를 쓴 또 다른 작가의 경우도 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썼지만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독 자신만 빠졌다는 것이 윤 작가의 항변입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보통 저 말고도 다른 그 ‘핑크퐁’ 쓴 작가도 있거든요. 그 분 계약서랑 제 계약서랑 똑같아요. 그래도 (작가 크레딧에) ‘이름은 당연히 올라간다’ 생각하는 거죠. 이게 ‘이름을 뺀다’ 생각은 못하죠, 다.”

그럼에도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에서 제작사는 ‘저작인격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계약서를 쓴 점을 들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계약서에 어떠한 저작인격권도 행사하지 않는다고 써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을 빼도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 하나랑 ‘핑크퐁과 핑크퐁 언더스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 2개를 내세우고 있어요. 근데 재판에서 재판장이, 판사가 ‘내가 봐도 이건 같은 것이다’라고 하는 데도 그 쪽은 증거 없이 계속...”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와 분리될 수 없는 권리인데 이를 포기하라는 계약서를 사실상 강요하는 ‘갑질’을 행사하고 ‘을’인 작가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윤 작가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션 쪽이 아직은 굉장히 그(작가계) 규모가 작아서 아마 이런 게 문제가 되지 못하고 자꾸 감춰지고 그런 것 같아요. 결국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이런 불합리를 참는 경우가 많아요. 계속...”

스마트스터디 측은 관련 질의에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재판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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