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과 암 발병 사이 인과관계' '소송 주체' 2가지 쟁점
"한국은 원고에 입증책임 부과... 미국은 입증책임 완화"

▲신새아 앵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원대의 소송이 6년 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호영 변호사의 뉴스와 법’에서 자세한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건보공단이 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이런 거액의 소송을 낸 거죠.

▲이호영 변호사= 지금 건보공단이 지난 2014년부터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는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사람들 중에서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환자가 지금 3천400여명 정도인데요. 

이들에게 건보공단이 지급한 500여억원의 진료비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러한 손해는 결국 담배회사들의 책임이다. 담배회사들이 흡연피해로 인해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담배회사는 3개를 상대로 제기했거든요.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3개의 담배회사를 상대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던 것입니다.

▲앵커= 소송 쟁점은 뭐였나요.

▲이호영 변호사= 쟁점은 크게는 2개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직접 손해 본 사람들은 건보공단이 아니라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사람들이잖아요. 이렇게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사람들을 대신해서 건보공단이 대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또 하나는 이들이 지금 후두암과 폐암에 걸린 사람들이 실제로 다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이 피고들인 담배회사가 제조한 담배 때문에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것이 맞느냐, 이런 것을 ‘상당 인과관계’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폐암, 후두암과 담배 흡연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느냐 이게 가장 큰 쟁점이 됐습니다.

▲앵커=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오늘 1심 결과가 나왔는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나요,

▲이호영 변호사= 법원은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담배회사들은 “어차피 손해를 본 당사자들은 흡연자들이다. 당사자도 아닌 보험공단이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항변을 했었고요.

그 다음에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또 다른 가장 큰 쟁점은 흡연과 폐암, 후두암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없다, 다른 요소들이 개입됐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라는 주장을 했는데 법원이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거죠.

▲앵커= 판결 후 건보공단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호영 변호사= 건보공단 같은 경우는 지금 대단히 격앙된 입장이 나왔어요.

“법원이 담배회사들에게 또다시 면죄부를 줬다”고 성토하고 있고 “개인 흡연자들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에 손을 들어준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이 있었는데 이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이렇게 비판을 하고 “항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처럼 ‘흡연 피해’를 주장하면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승소했던 사례가 있나요.

▲이호영 변호사= 우리나라는 없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을 ‘담배소송’이라고 하는데 담배소송에서는 전부 원고 패소로 끝났었고, 오늘도 그렇고요.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달라요. 미국은 주정부나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거기에서 원고가 승소한 판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이게 지금 우리나라와 미국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 소송 결과 어떻게 보시나요. 항소심에서 결과 뒤집힐까요.

▲이호영 변호사= 저는 개인적으로 항소심에서도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아보이진 않는다 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우리와 미국법원의 소송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판사가 재판을 하고 이러한 민사상 손해배상에서 뭔가 손해배상에서 원고에게 승소판결을 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이걸 ‘입증책임’이라고 하는데 그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대단히 높습니다.

조금 쉽게 말씀드리면 이 사건에서도 쟁점이 된 게 흡연으로 인한 그런 인과관계를 통해서 흡연 때문에 폐암이나 후두암이 발생한 것이 맞다 라는 것이 원고 주장이고 그게 아니라는 게 피고 주장인데요.

그러면 이것이 정말로 흡연과 폐암, 후두암 사이 상당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되는 책임은 원고에게 있거든요.

근데 그러한 것이 과학적으로 솔직히 증명한다는 게 100% 증명은 어려운 것이니까 증명하기 대단히 어려운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미국 같은 경우는 이러한 증명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입증책임을 좀 완화해주는, 다시 말해서 증명의 부담을 좀 완화해줘서 원고가 일정부분 이상만 증명하면 오히려 피고가 그것을 반박하지 못하면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그러한 소송이 가능한 것이 미국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지금 이 판결에서의 결론, 결국은 흡연과 폐암, 후두암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어쨌든 오늘 판결로 담배업계는 일단 한숨 돌렸겠지만 건보공단이 항소심 의사를 밝혔으니까 소송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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