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낸 뒤 도망, 사고 후에 친구와 술 마신 것처렴 꾸며
사고 운전자, 음주운전은 무죄 받았지만 뺑소니 등 유죄 징역 실형
친구도 범인도피죄 유죄 징역 6개월 실형... 자승자박에 자업자득
[법률방송뉴스] 음주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친구 집으로 도망가 사고 이후 술을 마신 것처럼 꾸몄습니다. 이 음주운전자와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요.
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치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앙급지어’(殃及池魚) 얘기 해보겠습니다.
32살 A씨는 지난해 2월 11일 밤 세종시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하다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가 “당신 술 마신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A씨는 급하게 친구 B씨를 불러 B씨 차를 타고 도망했다고 합니다.
B씨 집으로 간 A씨는 소주를 몇 잔 마시고 빈 소주병 2개를 식탁 위에 올려놔 B씨 집에서 술을 마신 것처럼 꾸며 놨습니다.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는지 아닌지 모르게 위장한 겁니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 집에서 A씨를 붙잡았고 음주측정을 해보니 혈중알코올농도 0.062%가 나왔습니다.
당시 면허정지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웃도는 수치가 나온 겁니다.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심 법원은 하지만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사고와 음주 측정 사이 1시간가량 터울이 있었는데, 사고 당시에 면허정지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넘겼는지가 충분히 증명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피고인이 사고 후 운전을 마칠 당시에 농도가 상승기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운전을 할 때 농도가 0.05%를 넘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A씨의 꾀가 성공한 것 같지만, 반전은 A씨가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입니다.
재판부가 주차된 차를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친구를 불러 도망간 A씨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뺑소니와 범인도피교사를 적용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한 겁니다.
얼결에 술 취한 친구 연락을 받고 친구를 집으로 데려간 B씨는 범인도피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역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B씨 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고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날벼락 맞은 격입니다.
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치다, ‘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명나라 진정이 쓴 양산묵담(兩山墨談)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춘추시대 초나라 성 북쪽에 큰 불이 나자 연못 속의 물고기가 ‘우리는 이제 다 죽었다’고 한탄했다 합니다.
다른 물고기들이 ‘왜 그러냐’고 묻자 이 물고기는 “불을 끄기 위해 사람들이 연못물을 퍼 갈 것이고 물을 다 퍼가 바닥이 드러나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과연 사람들이 물을 다 퍼가 바닥이 드러났고 애꿎은 물고기들만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비슷한 얘기로 ‘지어지앙’(池魚之殃) ‘연못 속 물고기의 재앙’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여씨춘추 '필기(必己)' 편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춘추시대 송나라 환퇴에게 진귀한 구슬이 있었습니다. 환퇴가 죄를 짓고 도망을 갔는데 환퇴의 구슬이 탐이 난 왕이 환퇴에게 사람을 보내 구슬을 가져오라 명했습니다.
“구슬이 어디 있느냐, 내 놓으라”는 추궁에 환퇴는 위기를 모면한 요량으로 “도망할 때 궁궐 앞 연못에 버렸다”고 거짓을 고했습니다.
이에 왕이 연못물을 다 퍼내고 진흙 바닥을 샅샅이 뒤졌지만 당연히 구슬은 나오지 않았고 역시 연못 속 물고기들만 애꿎게 떼죽음을 당한 데서 나온 사자성어입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친구를 불러 도망가 술자리를 꾸민 A씨. 흔히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고 하는데 단순 음주 접촉사고였어도 징역형 실형이 나왔을까요.
스스로 꼰 새끼줄로 스스로를 묶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떨결에 친구 전화 받고 친구를 집으로 데려간 B씨도 한 일이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아무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은 물고기는 아닐 것입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에 가까울 것입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니 그럴수록 반듯하게 매사 경계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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