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위 강간죄 '동의 없음' 여부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진술 일관성과 전후상황 등 종합 고려해 동의 여부 판단"

▲유재광 앵커= '비동의 강간죄'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페미 악법이다' '사마귀법이다' 이런 극단적인 비난까지 있던데 요약하면 손잡고 호텔 들어갔어도 그 다음날 "난 동의한 적 없다"고 고소해버리면 다 강간죄로 처벌받는다, 이런 법이 어디 있냐는 게 반대하는 쪽의 비판인데 이거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법률사무소 바로)= 사실은 고소한다고 해서 다 처벌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제가 조금 잘못된 것 같기는 합니다. 비판의 전제가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피해자가 동의가 없었다고 고소하면 처벌받게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취지인데요. 이건 현행 강간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강간죄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주장만 하면 처벌하느냐, 그렇지는 않거든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주장이나 성관계 당시의 사정이나 전후의 사정,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그 다음에 피해자의 주장이 일관되는지 또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주장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는 것이라서 고소만 하면 다 처벌받는 것은 아니고, 그런 점에 비춰보면 비동의 강간죄로 고소하면 처벌받는 상황이 된다는 식의 비판은 전제가 조금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앵커= 일단 여성이 고소한다고 해서 다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말씀이신 거네요.

▲남승한 변호사= 네. 아주 원론적으로만 이야기하면 피고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서 강간죄와 관련해 폭행·협박이 있었다, 그 다음에 비동의 강간과 관련해서 본다면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검사가 입증책임을 집니다. 기소를 하기 전에 검사가 수사를 하면서 성관계 전후 당시 사정이나 이런 것을 전부 고려해서 '이것은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여진다거나 또는 '동의가 없었다'고 보여지면 기소를 하는 것이고요. 다만 실제로는 점점 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무게를 두다보니 피해자가 그렇게 진술하거나 주장하면 처벌받고 있지 않느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강간죄의 피고인을 변호하거나 할 때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은 입증책임의 문제나 아니면 실제로 운용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이지 법이 잘못돼서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비동의 강간죄가 되면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되니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려면 강간죄도 잘못된 것이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요는 피해자의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이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그 뒤에 운용과정에서 또는 나중에 재판에서의 입증책임 문제가 어떻게 운용되는가에 따라 아무래도 피고인이 더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것만 가지고 동의없는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비동의 강간죄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앵커= 입증책임을 말씀해주셨는데, 어쨌든 피해자 쪽에서는 일관되게 '난 동의한 적 없다'고 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쪽에서 '동의했다'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입증하는 게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기본적으로는 '나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얘기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수사기관이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진술이 꽤 신빙성이 있고 전후 사정을 비춰봐서 실제로 동의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기소하는 것인데요. 그 단계에서 수사기관이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입증해 봐라'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서 본인의 혐의를 벗어나는 것에 집중해야 하기는 하지만 입증책임 분배 원칙만 놓고 본다면 원래 가해자에게 입증의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사건을 처리해 봤습니다. 예를 들면 며느리를 강간했다는 시아버지 사건을 해본 적도 있고, 오래 사귀었던 남녀 친구 사이의 사건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 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무혐의를 받아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죄 판결이 나올 것 같은데 유죄 판결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수사과정에서의 증거 확보 문제, 그 다음에 진술의 신빙성 확보 문제, 피고인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그 다음에 전후 사정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판단이 나오는 것이지 피해자가 주장만 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앵커= 그러면 결론적으로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지금이랑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예전에는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만 처벌했습니다. 그 다음에 술 취한 상태를 이용하는 준강간이나 위력을 처벌하는 것인데요. 이제는 동의 여부로까지 단계가 확 낮아진 것은 맞습니다. 그러니까 강간죄에 해당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동의 없는 성관계를 처벌할 것인가 아닌가에 관한 공감대의 문제인 것이고 처벌 범위가 넓어졌으니까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벌 범위가 넓어진 것만큼은 분명하고, 저는 동의 없는 성관계는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 없는 성관계와 관련해서는 성관계를 동의 없이 해도 되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때 다시 그것을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되는데요. 이것은 처벌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뒤에 입증과정에서의 운용 문제 등은 그것을 보완해가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그렇게 해서 처벌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하면 목적과 운용과정에서의 차이가 전도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운용의 문제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동의를 어디까지를 동의로 판단해야 하고 이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결과적으로는 형행 강간죄에 있어서 법원이 구체적으로 폭행·협박을 판단하는 상황과 같은 상황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법원이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와 관련해서 강간죄도 둘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니까 소위 성관계 당시 상황이나 또는 그 이후의 사정,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동의 여부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그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상당한 재량권이 판사에게 부여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검사 입장에서는 비동의 성관계를 기소한 이상 기소하기 전의 수사기록 등에서 동의가 없었다는 점에 관한 충분한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고요. 법원으로서는 그 정도로 과연 동의가 없었다고 볼 것인지 아닌지를 공판과정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앵커= 아무튼 법안이 어떻게 되는지 국회에서 통과되는지부터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