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폭행·협박이나 피해자 항거불능 아닌 '동의' 여부로 강간 판단해야"
"'동의 여부' 개념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지 않아, 법원 판례 통해 정립될 것"

[법률방송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동의 강간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 “페미 악법이다“, ”남성들 잡아먹는 사마귀법이다“라는 식의 비난과 성토가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물론 “동의 안 한 성관계를 처벌한다는데 무슨 문제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들도 줄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류호정 의원은 이런 반응과 비동의 강간죄 신설 법안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과 성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신새아 기자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의 핵심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로 의율해 처벌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비동의 강간죄’입니다.

이를 위해 법안은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 침해의 죄’로 용어를 바꿔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현행 형법 강간죄 성립 요건인 ‘폭력’과 협박‘에 국한해 볼 게 아니라 ’동의‘ 여부로 강간죄 성립을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법정에서 폭행과 협박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동의하지 않은 것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양을 규율하고 있는 형법 제32장을 이런 시대의 변화나 국제적 흐름에 맞춰서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을 제가 이제 발의를 하게 됐고요. 말씀해주신 대로 ‘강간과 추행의 죄’에서 그 보호법익에 맞춰서 ‘성적 침해의 죄’로 우선 변경을 했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유사 강간’ ‘준강간’ 이런 표현들도 모두 삭제하고 ‘간음’이라는 표현은 ‘성교’라는 넓은 의미의 성적인 관계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일반 성관계뿐 아니라 동의하지 않은, 원하지 않은 성적인 관계들은 모두 단일하게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그리고 ‘간음’이라는 법문을 모두 ‘성교’로 바꿨는데 이 간음이라는 뜻을 검색해보면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음을 의미를 하더라고요. 거기다가 간(姦)이라는 한자가 여자 여(女)자를 3번 쌓은 글자로 ‘간악하다’라는 뜻도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좀 부적절한 표현을 바로잡는 한편 유사 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기존에 그런 행위를 좀 포괄하도록 했습니다.”

어디까지를 ‘동의’로 볼 것이냐, ‘동의 없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 등 법안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법원 판결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며 ‘이례적인 법안’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미투 운동 이후 현재도 ‘성인지 감수성’을 적극 감안한 법원 판결을 통해 ‘실체적 동의’ 여부가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동의 여부에 대한 확립된 판례가 곧 마련될 것이란 게 류호정 의원의 말입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사실 이게 너무 추상적인 것 아니냐 이런 말씀들도 하시는데, 이 ‘동의 없이’ 라는 것은 법률 해석이나 판결 등을 통해서 좀 구체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이 법안의 효과가 될 것이라고 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새 추세 자체가 이런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해석을 하고 있거든요."

법원 판례가 동의 여부를 성폭행 여부 판단에 반영하는 추세라면 굳이 이를 법률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냐, 과잉입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일관된 법 해석과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안 그러면 재판부에 따라 이른바 ‘복불복 판결’이 내려질 수 있고 이는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겁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어떤 분들을 ‘추세가 그렇다면 굳이 개정을 할 필요가 없지 않냐’ 이런 말씀도 하시는데, 그런데 사법부가 해석하는 것은 결국엔 법이거든요. 더더욱 법 개정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무죄가 될 수도 있고 유죄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는 뭐 동의 여부를 보고 어디는 보지는 않는다면 복불복인 게 되잖아요. 그게 더 문제가 되죠."

그러면 성관계 전에 계약서를 써야 되냐, 성폭행 고소나 무고죄가 남발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기우라고 일축했습니다.

지금도 강간죄 성립에 폭행과 협박이 있었음을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처럼 ‘동의 없었음’을 검사가 입증해야 하므로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입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계약서를 써야 하냐 이런 말씀도 하시는데 이 동의 의사는 ‘동의 없음’에 대한 검사의 입증책임을 좀 더 명확하게 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저도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가해자의 폭행·협박 수준이 피해자가 항거가 불가능했냐, 현장이 곤란했느냐 이런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수사의 방향이...”

류호정 의원은 비동의 강간죄는 어느 일방이 고소한다고 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법이 아니라며 무고죄와 비동의 강간죄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동의 의사는 또 외부에서 인식이 될 수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내심 의사만으로 뭔가 범죄성립이 좌우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도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이 아니라 수많은 보강증거들을 종합해서 증거판단이 이뤄지잖아요. 그리고 무고죄나 역고소 남발은 그 차원에서 다른 보호조치를 통해 또 해결해야 할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이 개정안과 분리해서 생각해봐야...”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하는 페미 악법이다", "사마귀법이다”는 극단적인 비판에 대해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자는 법안이지, 어느 일방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고 적극 반박했습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우선 어느 한 성별만이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진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교에 나아간 자를 이렇게 처벌하는 형법 개정은 그저 성적 자기결정권을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지 어느 한 성별만을 과잉보호하거나 처벌한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아요."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극과 극으로 의견이 갈려 결국 회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는데 21대 국회에선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습니다.

[류호정 의원 / 정의당]

“우선 이게 법사위 의원님들과 제가 소통을 조금 하고 있고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관심이 우리 사회에서 높아진 만큼 이번 국회에서만큼은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임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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