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위헌' 주장은 어불성설... 기본윤리만 지키면 처벌받을 일 없다"

▲유재광 앵커= 앞서 장한지 기자가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법안에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 이에 대한 반박 들어보겠습니다. 민변 토론회 리포트를 전해드린 신새아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오늘 토론회 어떤 토론회였나요.

▲신새아 기자= 민변이 주최했고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후원, 토론회 제목은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법조토론회’ 입니다. 

한상희 건대 로스쿨 교수가 ‘헌법상 기본권과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목으로 제1 주제발표를 맡았고요. 홍성수 숙대 법대교수가 '차별금지법의 총칙과 차별금지 사유'에 대해 발표하고,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가 '차별금지법의 영역별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와 차별의 구제와 관련한 쟁점들'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았습니다. 

민변 여성위원회 차혜령, 국제연대위원회 김진, 소수자인권위원회 김재왕,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등이 지정토론자로 나와 성차별과 인종차별, 장애차별, 고용차별 관점에서 각각 의견을 개진했고, 이후 자유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앵커= 법사위 법안 검토보고서는 앞서 전해드린 대로 상당히 유보적 또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일단 ‘괴롭힘’ ‘간접차별’ 등 차별 개념이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주관적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차별금지법안을 헌법상 기본권 차원에서 논의한 한상희 교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교수는 일단 평등의 기본원칙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평등의 다른 말은 “합리적 차별”이라는 건데요. 그런 차원에서 차별금지법안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라는 문구가 삽입된 것은 잘못된 차별,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선언이자 장치라는 게 한 교수 설명입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나의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혹은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래서 객관적인 생활도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괴롭힘’ 등을 바라보면 포괄적일지언정 전혀 주관적이거나 모호할 것이 없다는 것이 한 교수 말입니다. 

▲앵커=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이 또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게 한 교수의 주장입니다. 한 교수는 “차별금지 사유가 너무 많고 모호하다, 언제든 제재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형법이 금지하는 범죄 수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가면서 행동 조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는데요. 

“그냥 일반적인 상식과 정의 관념에 비추어 나쁜짓 하지 않으면 그게 형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나와 똑같이 대우하며 살면 된다”는 게 한 교수의 말입니다. 한 교수는 또 “사회생활의 기본적 윤리만 지키면 차별금지법안으로 처벌받을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앵커= 법사위 검토보고서나 법조계 일각에선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기존 개별 차별금지법안들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고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지금도 충분하다는 반론도 나왔죠. 이런 지적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요약하면 중첩되는 부분을 볼 게 아니라 기존 개별 법안들에서 빠져있는 사각지대들을 봐야 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입장입니다. 개별법들은 그 각각의 개별 목적을 위하여 그리고 한도 내에서만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나마도 거의 ‘고용’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인 건데요. 

교육이나 재화, 용역, 공공서비스 등과 관련한 부분에선 개별 차별금지법의 규율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이 적지 않은 만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앵커= 차별 시정을 ‘전가의 보도’로 인권위가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권한을 남용하거나 다른 국가기관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한 반박도 있나요. 

▲기자= 네, 있습니다. 한 교수는 이 또한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는데요. 인권위가 시정명령 등을 내릴 수는 있지만 당사자는 이에 불복해 법적 판단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구체적인 차별 여부 판단이나 제재 여부는 법원의 소송절차에 일임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인데요.

즉 차별금지법은 인권위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결과적으로 법원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시정권고든 시정명령이든 모두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그걸 두고 인권위가 ‘범국가적 차별 시정의 최상위 기구로 격상’된다고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한 교수 말입니다. 

▲앵커= 각론이긴 한데 성별정체성 관련해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기존 법질서의 근본적인 변동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한 교수는 성별 정체성을 인정한다고 남성과 여성, 양성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 법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거라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제도’로서의 혼인은 국가의 법과 관습 등에 의해 특정한 양식으로 규정되는 것인데, 동성애든 이성애든 양성애든 심지어 난교든 이는 성적 지향과 관계 형성에 관한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닌데 개념상의 혼착에 빠져 있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입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제도를 구분하고 그 기초에 개인의 존엄이 자리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입증책임 전환은 위헌 소지나 현행 민사소송 법체계에 어긋난다고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가요. 

▲기자= 이 부분은 '차별금지법의 영역별 차별금지 및 차별의 구제' 관련 주제발표를 맡은 조혜인 변호사의 발제 내용에 따르면 역시 근거가 별로 없다는 지적입니다. 일단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됐을 때는 우리 법제 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된 예가 없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후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시작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기간제법’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는데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이미 많은 법률에 도입돼 있는데 형사벌적 제재인 징벌적 개념을 민사영역에 도입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우리 법체계상 제도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그 근거를 잃었다는 것이 조혜인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통상 최대 3배인 징벌적 손해배상액에 비해 최대 5배는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 변호사는 “위축 효과를 기대하기엔 여전히 소극적”이라며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해당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요. 

입증책임을 가해자에게 전환한 것은 통상 민사소송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혜인 변호사는 지금도 남녀고용평등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입증책임 전환이나 배분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그러면서 세계적으로도 차별금지법제는 차별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입증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전환시키는 소송법상의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며, 영국 ‘평등법’이나 독일 ‘일반평등대우법’ 등 관련 법조항들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토론회 자료집만 160쪽이 넘을 정도로 꼼꼼히 준비해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와 주장을 반박하며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앵커= 국회 법사위 보고서와 결이 정말 많이 다르고,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려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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