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10만 건 넘어... "입법만능주의" 법조계도 비판

[법률방송뉴스] 재난관리자원에 의료인력을 포함시키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과, 이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라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법안 반대 청원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의료계와 법조계의 반응을 알아 봤습니다. “법으로 뭐든 다 하겠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황당하기까지 한 ‘입법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어떤 지적과 비판들이 제기됐는지 계속해서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대표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인력을 '재난관리자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장비나 물자, 시설 같은 '물적 자원'에 제한돼 있는 재난관리자원에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인적 자원'을 포함시켜 효율적인 재난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

“우리나라 메르스나 코로나 이런 감염병 뭐 특히 이제 감염병 재난이라든지 이런 재난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하면 이 재난을 잘 방지하고 또 대응을 해서 국민들이 좀 피해를 안 가게 하냐 이런 입법취지가...”

그럼에도 의료계는 사실상 의사 강제동원, 징발 법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이런 반발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7조 ‘응급조치’ 조항과 제39조 ‘동원명령 등’ 조항과 맞물려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정된 장비·시설 및 인력의 동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일단 의료인력이 제34조에 따른 재난관리자원으로 지정되면, 유사시 언제든 동원될 수 있고, 이게 결국 ‘징발’ 아니면 뭐냐는 비판입니다.

이와 관련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민간 전문가를 협의의 대상이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 격하함으로써 재난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국가 재난 극복에 협력해온 의료인의 재난의료정신을 모독하고 왜곡했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학회는 "해당 개정안은 재난 극복을 위한 사회적 신뢰와 민간협력을 저해하고 민간 인력을 비축, 구비,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반인권적,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법률방송은 의사협회의 입장을 묻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의협은 의사파업 등 여파를 감안해 공식 인터뷰 대신 서면으로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김대하 홍보이사 명의 입장문에서 의협은 먼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여권의 ‘의료계 패싱’과 이로 인한 갈등을 언급하며 "의료계 입장에선 당연히 거부감을 느끼고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협은 그러면서 "결국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신뢰와 진정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좋은 취지의 법안도 의료계로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협조를 얻기도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협은 이어 "일방적으로 법안만 만들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해명을 하는 식으로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법안을 발의한 황운하 의원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료인력들이 일방적으로 징발된다는 식의 우려는 사실과 다른 오해거나 기우라는 입장입니다.

현행 재난안전법 제34조 2항에 재난관리 응급조치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 인력을 지정하려면 민간기관이나 단체와 ‘협의’하도록 돼 있어서 일방적인 강제동원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

“그게 민간 자원이면 (재난기본법 제34조) 2항에도 보면 서로 협의를 해야만 할 수가 있도록 돼 있거든요. 협의에 따라서 할 수 있게 지금 현행법에 다 돼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재난기본법 제34조) 1항에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자원을 인력에 그런 개념을 추가하더라도 어차피 민간의 인력을 활용할 때는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법체계를...”

그럼에도 법조계에선 법안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자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그 관리라는 의미로서 비축과, 사람을 비축하고 사람을 지정한다 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의 어떤 가치에서 자기 삶을 자기가 이끌어가야 하는 전인격적인 주체로 바라본다면 그 인력을 비축하고 지정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이 조문 자체로는 굉장히 부적절한 조문이 되는 거죠.”

아무리 의료부문이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 있고, 의료재원이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의료인력, ‘사람’을 ‘물건’으로 여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남승한 변호사 / 법률사무소 바로]

“일단 의료인들을 지나치게 물건 취급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고 근본적으로는 의사 내지 의료인을 완전한 공공재로 취급해서 ‘수시로 제한할 수 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조금 이상한 거 아닌가 싶고, 헌법상 신체의 자유도 침해하는 것 같고 직업수행의 자유도 침해하는 것 같은데... ”

재난안전법 제34조에 응급조치에 필요한 인력 지정시 민간기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어서 강제동원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황운하 의원실 해명에 대해서도 ‘합의’가 아닌 '협의'여서 협의의 효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반론과 함께, 의무만 부과하고 정작 권리에 대한 부분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남승한 변호사 / 법률사무소 바로]

“그렇게 해도 그건 이제 의사들의 자발적 협조가 필요한 부분인데 기본적으로는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협조는 자발적으로 하라 이렇게 얘기하는 게 문제가 될 것 같고. 손실보상 조항이 당연히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에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관련 조항도 없고...)”

법률적으로도 신체의 자유 침해 등 의료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에 대체로 동의하며, 각론에서도 방법의 적정성,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 원칙 등에 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왔습니다.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인간의 존엄을 천명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헌법10조에 명확히 반하는 조문이다 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그분들 역시 자기 생명에 현존하고 명백한 위험이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방적인 국가의 징발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리 국회 입법조사처 등을 통해 법적 검토를 거쳤다 해도, 모든 걸 일단 법만 만들어 놓고 보면 된다는 식의 과도한 ‘법률만능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남승한 변호사 / 법률사무소 바로]

“강제화할 것이 있고 자발적인 방법에 의해야 할 것이 있고 이런 것 같은데 '그냥 법률로 해결하면 그만이지’ 이런 생각, 이게 ‘법률만능주의’인데 국민으로부터 입법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았으니 ‘법률로 만들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거든요.”

관련해서 황운하 의원이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엔 무려 10만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몰렸습니다.

입법예고 사이트 의견 개진이 통상 수십에서 수백, 수천 건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통상의 경우를 훨씬 뛰어넘는 엄청나게 많은 반대 의견이 재난안전법 개정안에 몰린 겁니다.

내용도 “코로나 사태를 틈탄 포퓰리즘 악법이다”, “독재적 발상이다”는 비판에서부터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이나 그 자녀들이나 차출하라”는 냉소와 조롱이 주를 이뤘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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