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치마 강요는 성차별" 인권위 결정... 작은 시작이 큰 변화 만들어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그제 서울의 한 백화점 여성 직원 제보를 토대로 똑같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데 남성에게는 운동화를 허락하면서 여성에게만 구두 착용을 강요하는 남녀 차별 실태에 대해 전해드리며, 이른바 '구투 운동'에 대해 보도해 드렸습니다. 

여성 복장 규정 개선을 요구하는 구투 운동은 복장이나 화장 등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이른바 '꾸밈노동' 문제와 맞닿아 있는데요. 

관련해서 여성에게만 구두를 강요하는 차별적 행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될 거라는 소식을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 그동안 인권위가 복장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해왔는지 살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짐도 내려주고 차를 움직여 주차해 세우고 다시 있던 자리로 뛰어와야 하는 백화점 발레 파킹 직원들.

똑같은 일을 하는데 '남성'에게는 허락되지만, '여성'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운동화. 이유는 단 하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A씨 / 대역]
"물집도 잡히고 업무가 끝나고 나면 발이 아프고 또 이것은 그냥 저만의 문제이긴 한데 제가 내성발톱이라서 특히 더 아팠거든요."

남녀 모두 구두만 강제하는 것도 아닌 유독 여성에게만 구두를 강요하는 명백한 남녀 차별, 인권위에 진정을 내려는 이유입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 백화점 여직원 인권위 진정 대리인]
"발레파킹 하는 사람들 문을 열어주면서 짐을 옮겨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짐을 옮기고 나르는 과정에서 뛰어다니는 부분이 있고 다시 또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모셔다드리는 부분에서 운동화가 훨씬 편리하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운동화를 준..."

백화점 여직원 구두 착용과 관련해 인권위에 차별 진정이 제기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복장 관련해서 인권위엔 세 차례 정도 의미 있는 진정과 결정이 있었는데, 백화점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는 남녀 차별이라는 것과 비슷한 취지의 진정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이 낸 항공사 여성 승무원 치마 착용 강제는 성차별이라는 진정이 그것입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치마와 꽉 끼는 블라우스. 여성 승무원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 실제 복장도 이런 이미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장은 항공기 객실 여성 승무원들의 업무나 역할을 충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권수정 서울시 의원 / 전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제1 업무는 비상탈출 업무고요. 2번째 업무는 보안 활동이고요. 3번째 활동이 간호나 보건 활동이고 4번째가 서비스 활동이에요. 활동의 중요도에서 보면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있는데 거의 대부분 방송이나 승무원에 대해서 인식 같은 것들이 서비스에 대단히 편중돼 있고..."

이에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은 인권위 진정을 통해 "치마를 착용하면 기내에서 비상상황 발생 시 여성 승무원의 기내 안전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습니다.

[권수정 서울시 의원 / 전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업무에 필요한 옷보다는 아니면 업무에 필요한 신발이나 장비보다는 보여지기 좋은 방향으로 짧은 치마와 높은 구두와 이런 것들 요구했던 것이잖아요. 일단 업무의 특성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고..."

더불어 몸단장과 화장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꾸밈노동',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바지는 입을 수 없고 치마만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건 차별"이라는 것이 당시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권수정 서울시 의원 / 전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남성에게는 굉장히 편한 신발과 복장이나 외모나 이런 것들 '꾸밈'에 대해서는 요구하지 않는데 여성에 대해서만 같은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꾸밈노동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이잖아요, 굉장히 불편하게, 그리고 또한 선택권도 없이..."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승무원의 용모, 복장은 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로, 고객 만족을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의 일부이고 기업의 경영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대응했습니다.

인권위는 하지만 여성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권위는 먼저 항공사 승무원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여성 승무원이 치마만을 착용할 경우 기내 비상상황 발생 시 고객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여성 승무원에게 치마만을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항공사 승무원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한의 정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치마 강요가 성차별이라는 주장도 인권위는 전폭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인권위는 먼저 "여성 승무원에게 바지 착용을 못 하게 하며 획일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아름다움과 단정함이라는 규범적인 여성적 모습과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여성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성차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바, 승무원 일반의 역할보다는 여성성만을 강조하는 편견과 편향된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습니다.

"치마는 긴장감을 줘서 아름다운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인식은 승무원의 업무를 안전보다 서비스를 본질적 요소로 이해하는 것으로서, 성차별적 시각이 내제돼 있다"는 것이 인권위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2013년 여성 승무원 유니폼으로 치마 착용만 강제하는 건 '차별'이라며, 아시아나항공에 이를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해당 권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다른 항공사들도 여성 승무원에 대한 성차별적 복장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청바지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생 항공사도 등장하며, 여성 승무원들에 대한 이미지와 복장 문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관련해서 인권위는 지난해 4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지정된 복장 착용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과도한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서울시에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5월엔 남성 한복을 입은 여성과 여성 한복을 입은 남성을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성별 표현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문화재청에 시정 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권수정 서울시 의원 / 전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일 하는 사람들의 업무 특성에 꼭 필요한 업무의 지시인가, 봐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 노동안전, 그 다음에 건강권에 침해를 주는가 안 주는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또 다시 특별 성에게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백화점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인권위 진정을 준비하고 있는 박지영 변호사는 항공사 여성 승무원 진정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권위 결정이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 백화점 여직원 인권위 진정 대리인]
"(항공사 여성 승무원이) 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일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인권위) 권고 명령 안에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항공사뿐이 아니고 은행도 지금 유니폼을 많이 없애는 추세고요."

성차별적 꾸밈노동에 문제를 느끼는 여성뿐만 아니라, 직장 내 복장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남성들도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www.angrypeople.co.kr)을 통해 인권위 진정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 백화점 여직원 인권위 진정 대리인]
"백화점의 작은 여자 직원의 사연으로밖에 안 비칠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게 이 규정이 바뀌면 한 백화점 내 규정 전체가 바뀔 수도 있고 이 백화점이 바뀌면 유사한 다른 백화점이 모두 다 규정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고요. 백화점이 바뀌면 이와 유사하게 외형을 중시했던 대부분의 많은 회사들이 유니폼을 실용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백화점 발레파킹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인권위 진정' 참여 문의 (→바로가기)

* '한국판 구투 운동' 참여 문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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