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원은 운동화 착용, 여성도 운동화 허용해달라" 요청했지만 거부돼
"부당한 강요라 생각" 퇴사...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진정인단 모집"

[법률방송뉴스] 오늘(24일) 'LAW 투데이'는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어지는 이상한 문화, '복장 문화' 관련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이달 초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고 해서 커다란 논란이 일기까지 했는데요.

1년 사계절 내내 여성의 경우 치마와 구두를 착용하게 하거나, 남성의 경우 넥타이를 매게 하는 등 '불편한 복장'을 강요하는 직장들이 있습니다.

법률방송은 오늘부터 '한국판 구투(KuToo) 운동' 연속 기획 보도를 합니다. 먼저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20대 초반 여성 A씨는 얼마 전까지 한 대형 백화점의 VIP 발레파킹 지원 파트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발레파킹 파트는 VIP손님 차량을 주차하고, 발레지원 파트는 주차장에서 VIP 손님을 맞이하고, 그들의 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A씨 / 대역]
"주차팀에 발레 파트 중에서 발레파킹을 하는 남자 사원이 있고 발레지원이라는 파트가 있어요. 발레 파트는 말 그대로 발레파킹을 하시고 짐 실어주고 하는 것이고 발레 지원팀은 짐 관리를 주로 하고 짐 싣고 하는 것은 비슷한 그런 업무인데..."

하루에 많게는 400대의 차량이 VIP 주차장을 오고가는 가운데,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하며, 손님이 오면 신속히 달려가 무거운 짐을 받고 다시 차에 싣고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차가 들어올 때마다 차 옆으로 바로 달려가서 차문을 열어드린 다음에 그분이 내리시면 차 뒤에 있는 혹은 트렁크에 있는 짐을 끌고 내려와서 짐을 보관하는 별도의 장소로 그 짐을 끌고 갑니다. 손님이 나오시면 바로 대기를 해서 그 짐을 다시 날라서 그 차에 싣는..."

여직원 복장은 원칙적으로 치마를 입어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규정이 바뀌면서 바지를 선택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신발입니다. 운동화가 허락됐던 남성 직원과 달리, 여성 직원은 '검은 구두'를 신었어야 했습니다.

[A씨 / 대역]
"사실 저희는 신발이 정해져 있었어요. 까만 색깔. 굽이 있는 것도 있고 굽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고 이런 식으로 된 단화가 있었어요. 저희는 그것을 신고 근무를 했어야 하는데 남자 사원들은 까만색 구두 아니면 까만색 운동화를 신게 돼 있더라고요."

발이 성할 날이 없었습니다.

[A씨 / 대역]
"서서 일하고 움직이고 계속 서 있어야 하니까 물집도 잡히고 업무가 끝나고 나면 발이 아프고. 또 이건 그냥 저만의 문제이긴 한데 제가 내성발톱이라서 특히 더 아팠거든요."

A씨는 구두로 인한 불편함과 아픔을 상사에게 털어놓았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A씨 / 대역]
"저희 상사한테 '신발 너무 불편하다. 남자 근무자랑 똑같은 것으로 바꿔 달라' 이렇게 했었던 건데 안 됐었거든요."

더 황당한 건 백화점 측에서 '다른 팀 여직원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A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A씨 / 대역]
"발레파킹이 VIP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백화점 내부에 있는 발레 라운지가 있어요. 거기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과 같은 규정을 갖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차선책, 대안이 없었던 곳에서 A씨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일은 그만뒀지만, 여직원에 대한 '구두 착용 규정'은 부당한 강요이자 인권침해라는 생각이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A씨 / 대역]
"이게 정말 부당하다고 느껴지는데 바뀔 수가 없다고 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라는 것을 생각해보다가 사실 저는 솔직한 마음으로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비단 A씨의 얘기만이 아닙니다. 직접 백화점 발레팀 구인공고를 확인해봤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을 하는데, 자격요건에 '개인 정장 및 구두 구비되신 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근무조건에는 굵은 글씨로 '구두 착용'을 표시해두기도 했습니다.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하는 안내데스크 구인공고에도 '검정 구두' 착용을 요구하고, 굽이 낮은 구두인 로퍼나 운동화처럼 생긴 워커와 같은 스타일은 착용이 불가하다도 적혀 있습니다.

[백화점 A]
"(거기 구두 착용이라고 써 있던데...) 구두 그냥... 굽 낮은 그런 신발이나... (운동화는 혹시 안 되나요?) 운동화는 아마 불가능할 거예요."

또 다른 백화점 발레팀에 업무 복장을 묻자 "하복은 치마, 춘추복은 바지, 구두 착용해주셔야 한다"고 답했고, 운동화 착용이 가능한지를 묻자 "운동화 착용은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장기근무 가능자'를 우대하고 있습니다.

1년을 근무한다고 하면 1년 내내 여직원들은 하루종일 구두를 신고 서서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좋다면 무슨 신발을 신든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구두가 편한 신발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한 만큼 일터에서 상시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박지영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발레파킹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www.angrypeople.co.kr)은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직장에서 '복장 차별'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권위 진정에 함께 참여할 진정인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백화점 발레파킹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인권위 진정' 참여 문의 (→바로가기)

* '한국판 구투 운동' 참여 문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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