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배설물 악취 등 피해 입증해 손해배상 청구해야
'애니몰 호더'라면 동물보호법 위반 형사처벌 가능성

# 6개월 전 지금 빌라로 이사를 왔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몰랐는데 더워지기 시작하니 어디서 악취가 나더라고요. 악취의 원인은 바로 윗집이었어요. 알고 보니 윗집에서 개를 20마리 정도 키우고 있더라고요. 짖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배설물 냄새로 여름 내내 문도 못 열어뒀어요. 민원도 여러 번 넣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얼핏 보니 피부병 걸린 개들도 많아 보이고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는 안 좋은 환경에 개들이 방치된 것 같더라고요. 여러모로 불편을 주는 윗집 세입자.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앵커= 빌라에 살면서 반려동물을 20마리나 키운다니 이웃들의 불편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1마리도 힘들 수 있는데요. 윗집 주인이 알고 허락했을 리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만약 허락을 받았다면 일단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이인환 변호사(법무법인 제하)= 문제가 됩니다. 이분은 윗집이 동물을 키우는 것 때문에 지금 고통받고 계시는 것이잖아요. 주변에 악취·매연·열기체 등으로 피해를 주지 말라는 민법 규정도 있고요. 그리고 이 자체만으로도 불법행위가 성립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또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넘어서 지금 동물보호법 위반 여지도 있어 보여요. 지금 좁은 공간에 굉장히 많은 동물들을 키우고 있고 배설물 냄새도 심하고 피부병 걸린 동물들도 있는 것 같다는 사연으로 봤을 때 동물 사육 공간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만약 윗집 세입자가 집주인 몰래 이렇게 동물들을 키우고 있었다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중도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겠죠.

▲강문혁 변호사(법무법인 안심)= 민법상 임차인에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따라 주택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선량한 관리자라는 법적 표현은 임차인이 내 집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관리자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집을 일부러 망가뜨린다거나 집이 다 상할 정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상식적으로.

그런데 이렇게 반려견을 수십 마리를 키운다면 그 배설물이나 이런 것들로 인해 집이 망가지겠죠. 그렇다면 임차인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임대인은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앵커= 만약 아랫집 주인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경우, 상담자분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윗집에서 동물을 20마리 정도 키우는 세입자가 있다는 정보를 미리 고지할 의무는 없는 것인가요.

▲이인환 변호사= 임대인이 어떤 고지 의무를 지고 있다고 민법에 규정돼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 판례는 '그러한 고지를 받았다면 그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것이 명백한 경우'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데 윗집에서 '전 세입자가 그런 일로 고통스러워서 나갔습니다. 이런 일로 문제가 좀 있고 냄새가 날 수도 있습니다'라고 얘기를 했다면 값을 좀 깎았거나 그렇게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겠죠.

판례는 '그 집에서 살인사건이 났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를 같은 값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로 보아 고지 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동물 20마리를 키우는 경우에도 고지 의무가 있다는 판단이 나올것 같습니다.

▲앵커= 윗집에서 동물을 수십 마리를 키우고 있고 이로 인해 아랫집 세입자가 피해를 보고 있을 경우, 아랫집 세입자는 뒤늦게라도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요.

▲강문혁 변호사= 이 점은 법리적으로 참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임대차 계약은 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3자의 행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잖아요. 지금 문제의 원인은 제3자에게 있고 집주인이 어떤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점은 없거든요. 이렇게 임대인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사항이 없는데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지는 좀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보이고요.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임차인이 도저히 외부 요인으로 인해서 임차 목적물을 사용 수익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 점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청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사유들처럼 명백하게 계약 해지 사유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정을 임대인에게 잘 얘기해서 합의해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합의가 안되면 즉시해지권을 요청할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인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합의 해지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텐데요. 알겠습니다. 보니까 아파 보이는 동물들, 피부병 걸린 동물들이 있는것 같아 보였다고 하셨는데요. 만약 동물을 돌보지는 않고 개체 수만 늘리는 일명 '애니몰 호더(animal hoarder)'라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이인환 변호사= 애니몰 호더 자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여드렸던 동물보호법을 보시면 동물에게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공간과 휴식공간을 제공할 것이 규정돼 있습니다. 동물을 기를 경우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여러가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또 동물보호법에서는 이러한 규정에 위반해 동물을 상해에 이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요. 이 사안에서 동물들이 피부병에 걸려 있다고 하는 얘기는 상해를 입은 것에 해당하고요. 이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사례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 상담자분은 다른 것보다 개 짖는 소리라든지 냄새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이 큰 상황이신 것 같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강문혁 변호사= 일단 형사상 제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위반 여지가 있음을 이유로 형사상 고발을 할 수 있겠고요. 그 다음으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윗집 반려견 주인의 불법행위, 즉 이렇게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타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인데 반려견을 방치하고 있다, 이런 것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남은 문제가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 의외로 쉽지 않아요. 이처럼 '반려견이 짖고 냄새로 인해서 내가 정신적 고통을 입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한다는 것이 참 만만치않은 일이거든요. 그렇지만 이 사안은 어쨌든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현실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조언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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