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비방 신상정보 공개 '강남패치' 운영자 명예훼손 징역형 실형
양육비 미지급자 '배드파더스' 운영자는 1심 무죄... "공익 목적 인정"
"공개 기준 자의적...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도"

▲유재광 앵커= '디지털 교도소' 법적 쟁점 짚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앞서 전해드렸는데, 디지털 교도소가 뭔지 간략하게 좀 설명을 해주실까요.

▲윤수경 변호사=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는 주로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등 흉악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입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디지털 교도소는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교도소는 소개 글에서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합니다. 모든 범죄자들의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며 근황은 수사로 업데이트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기에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제보는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디엠(DM)을 통해 받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 디지털 교도소에 여러 사람들이 올라와 있죠.

▲윤수경 변호사= 이 사이트에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폭언·폭행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갑질 주민, 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에게 위해를 가한 관련자 등이 올라와 있습니다.

확정 판결을 받은 범죄자만 공개하는 건 아니고, 아직 기소 전인 사람이나, 혐의는 공분을 사는데 어떻게 재판을 비켜갔거나, 범죄 의혹이 있지만 재판을 받기 전인 사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정우의 경우엔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강영수·정문경·이재찬 판사의 사진과 개인정보도 함께 게시됐는데요. 어떻게 보면 손정우와 판사들이 함께 디지털 감옥에 갇힌 셈입니다.

경우에 따라 사진이나 생년월일뿐 아니라  주소와 휴대폰 번호 등도 함께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사이트에는 약 100여명의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습니다.

▲앵커= 이게 악성 범죄자에 직접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게 명분인데,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정통망법은 제70조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비방할 목적’이 있다면 사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이 부정될 수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현재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밝혔는데요.

앞서 지난 3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는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 몇 개가 만들어져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정이 잇따라 제재를 받자 지난달 디지털 교도소가 생겨났습니다.

경찰은 5월부터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을 수사하다가 최근에는 디지털 교도소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인스타그램 운영자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예전에 '강남패치', '한남패치', 이런 무슨 패치라고 해서 일반인들 신상공개했던 사이트들이 있지 않았나요.

▲윤수경 변호사= 지난 2016년 ‘강남패치’, ‘한남패치’ 등의 계정 운영자들은 ‘성매수·성폭력 남성을 고발한다’, ‘유흥업소에서 돈을 번 것을 숨기고 제2의 인생을 산다’ 등의 이유를 내걸고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이와 관련 강남패치 운영자 정모씨는 결국 명예훼손으로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앵커= 실형 선고 법원 판결 사유가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재판부는 "정씨가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제보로 글을 게시한 것이어서 관련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는 글과 사진을 게시한 이상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정씨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대해 여러 피해자들의 실명 및 사진과 함께 그들의 개인 신상에 대한 글을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며 "이 행위는 익명성에 기대 피해자들의 인격을 비하하는 악의적 공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정씨의 범행으로 평온한 일상이 파괴되고 가정 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정씨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죄질이 좋지 않고 유사 범죄가 발생해 사회적 폐해도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기에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앵커= 이혼한 뒤 양육비 안 주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배드파더스', 나쁜아빠들 사이트 운영자는 1심에서 명예훼손 무죄 선고 받지 않았나요.

▲윤수경 변호사= 지난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무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당사자 비방이 아닌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므로 명예훼손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앵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기소된다면, 배드파더스처럼 공익적 목적이 인정돼 무죄가 되는 건가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디지털 교도소의 경우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배드파더스’와는 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범죄 행위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 확정 판결을 받고도 지급하지 않는 미지급자들을 공개하는데, 디지털 교도소는 확정 판결 받은 범죄자만 공개하는 게 아니라 아직 기소 전인 사람이나 재판을 비켜갔거나 범죄 의혹이 있지만 재판을 받기 전인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는 대상자를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 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운영진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는 최근 특정인의 신상정보가 ‘사실과 다르다’는 항의를 받고 삭제됐다가 다시 올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들의 경우 형사책임이 주어지고, 성범죄자 등 필요한 경우 경찰에서도 신상을 공개하기 때문에 배드파더스만큼 신상정보 공개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앵커= 정리하면 디지털 교도소와 강남패치, 배드파더스, 뭐가 같고 뭐가 다른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전문가들은 위법성을 따질 때 디지털 교도소와 배드파더스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이들 중 아직 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 연구위원은 "판결 결과에 따라 허위사실에 해당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양형 기준이 낮거나 손정우와 함께 묶어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판사들의 신상을 올린 행위 역시 공익성보다는 비방의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했는데 법조계와 범죄수사 전문가들도 운영진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간이 개인의 동의 없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한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윤호 교수는 또 "경찰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데 신중한 입장"이라며 "특히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영구적으로 신상이 공개되는 디지털 교도소의 신상정보 공개는 더 위험한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사람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현상 자체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디지털 교도소도 그렇고 배드파더스도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데서 발현된 현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성범죄 등 가해자에 대한 충분한 처벌이 이뤄지고 국가의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런 사이트가 생겨나고 사람들이 거기에 열광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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