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디지털 성범죄와 범죄수익은닉 범죄 특성 무지 또는 외면"
"전 세계에 '한국은 디지털 성범죄 도피처' 인식 심어줘... 법 개선해야"
"서울고법 단심인 범죄인 인도 결정에 대법원 재항고 절차 도입해야"

▲유재광 앵커= ‘손정우 이대로 풀어줄 것인가? 아동 성착취 엄중처벌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앞서 손정우가 받는 혐의와 사법당국 대응, 법원 판결 내용을 전해드린 신새아 기자와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복기해보면 손정우에 대한 수사가 우리 사법당국 자체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사건 수사 경과를 보면 2017년 5월에 미국에서 국제사법공조수사 요청을 받고 나서 내사에 들어간 사안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손정우라는 한국인이 한국 자기 집에서 엽기적이고 끔찍한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리 사법당국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앞서 전해드렸는데 1심은 징역형 집행유예로 구속돼 있던 손정우를 풀어줬고, 2심은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손정우가 혼인신고를 해서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솜방망이 처벌을 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사법당국이 ‘우리한테 보내라, 우리가 재판해 처벌할게’ 했는데 그마저도 ‘범죄지 관할국’이 한국이라는 사유 등을 들어 송환을 불허해 여론의 엄청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오늘 국회에서 ‘손정우, 이대로 풀어줄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는데, 앞서 관련 발언들은 리포트에서 사이사이 전해드렸는데 어떤 토론회였나요.

▲기자= 네, 전두환 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성고문을 당한 이른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겪은 여성·인권운동가 출신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입니다.

원혜욱 인하대 로스쿨 교수를 좌장으로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와 김영미, 오선희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권인숙 의원은 인사말에서 “법망을 피해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고 제작·배포해 범죄수익을 창출한 손정우를 비롯해 여전히 버젓이 숨 쉬는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되지 않는 법현실을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일단 범죄인인도법이 지금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범죄인인도법에는 제7조에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를, 제9조에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나 형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등은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경우, 범죄인이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등은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로 재판장 재량으로 인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재판부 송환 불허 결정, 다시 한 번 간략하게 볼까요.

▲기자= 네, 국제형사사법공조 하에 손정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온 미국 사법당국은 2018년 2월 손정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6개 죄명과 9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법무부는 우리 법무부에 손정우를 미국에 인도해줄 것을 청구했고, 법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등 우리나라에서 이미 처벌받았거나 우리나라에 처벌 규정이 없는 혐의는 제외하고 ‘자금세탁죄’에 대해서만 인도심사 청구 대상 범죄로 특정해 심리를 진행했습니다.

비트코인 등 범죄수익을 불법적으로 세탁했다는 혐의인데요, 자금세탁죄만 해도 미국에선 징역 20년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죄라고 합니다.

그런데 법원 심리 중간에 손정우 아버지가 아들이 자기 명의를 도용했다며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로 아들을 한국 검찰에 ‘셀프 고발’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한국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해 한국에서 아들을 처벌하고, 아들을 미국에 보내지 말라는 의도입니다.

아무튼 법원은 3차례 심리 끝에 범죄지 관할국이 한국이라는 점과 추가 수사를 위해선 손정우가 한국에 있어야 한다며 송환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앵커= 관련해서 오늘 토론회에서 법원 결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죠.

▲기자= 네, 토론회에 참석한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법원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는데요.

"재판부의 주된 논리는 손정우가 우리나라에 있어야 수사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디지털 성범죄와 이 사건 범죄수익은닉 범죄의 특성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외면한 논리“라는 게 오선희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손정우는 공범들의 이름이나 신분을 알지 못한다. 서로에 대하여 밝히지 않고 오직 온라인으로만 닿아 있었다. 현재 수사가 종료된 점도 간과했다"고 오선희 변호사는 법원 판단의 근거들을 반박했습니다.

손정우 아버지가 낸 아들의 자금세탁죄 위반 셀프 고소·고발에 대해서도 오선의 변호사는 “손정우 아버지가 고소한 사건마저도 손정우의 진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적 수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도 “전 국민적 저항은 법원이 자초한 것”이라며 "전 세계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대한민국은 성착취 범죄자들의 도피처, 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솜방망이 법원 판결과 송환 불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손정우를 미국에 송환할 수 있는 방법이나 가능성은 이제 아예 없는 건가요.

▲기자= “손정우의 미국 재송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오늘 토론자로 참석한 김은주 여성의당 공동대표의 말입니다.

실제 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범죄인 인도를 재청구할 뜻은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재청구시 외교적 부담도 부담이지만, 미국이 한국 법원에 인도 거절된 범죄에 대한 기소는 기각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른 혐의로 다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가 어렵다는 게 김은주 공동대표의 설명입니다.

김은주 공동대표는 다만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미국 내나 나아가 세계 각국 여성주의정당과 여성운동단체들과 연대해 손정우 미국의 재송환 청구를 압박하는 방안을 얘기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앵커= 이게 범죄인인도법을 개선할 필요는 없나요.

▲기자=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가 ‘디지털 성범죄에서 범죄인인도의 문제점 및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발표를 했는데요.

일단 이번 손정우 경우만 봐도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고, 범죄인이 컴퓨터를 사용한 곳은 우리나라지만 서버 소재지가 외국일 경우, 피해자가 우리나라 국민과 청구국 국민이 섞여 있을 때 등 ‘범죄지 관할국’ 판단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또 관련자 수사를 하려면 손정우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는데, 단순히 관련자 수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도를 불허하는 게 맞는지,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이미 기소 또는 처벌이 끝났지만, 범죄인이 관련 내용으로 청구국 국민인 디지털 성범죄자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참고인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와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범죄 인지 또는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온 경우나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온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수사가 시작되거나 기소된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도 애매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는 이와 관련 "대면 범죄와 달리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범죄인인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앵커= 김영미 변호사 제안대로 좀 정교하게 범죄인인도법을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기자= 네, 이와 관련 김영미 변호사가 제안한 내용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서울고법의 손정우 송환 불허 결정 다음 날인 지난 7일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게 있는데요.

현재 범죄인 인도에 관한 심사는 서울고법에서 단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서울고법 결정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재판 절차로서의 형사소송 절차는 상급심에의 불복 절차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에 대해서도 당연히 상급심인 대법원에 대한 불복을 허용해, 단심의 오류 가능성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 제안이유입니다.

▲앵커= 네, 아무튼 국민 일반의 법감정 상식과 재판부 판단과의 괴리는 어떤 식으로든 좀 해소가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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