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변시 합격률'에 대한 대응방안 놓고 학생들 사이에 갈등
"로스쿨생들 익명게시판에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

[법률방송뉴스] 계속해서 로스쿨 변시 문제 얘기해 보겠습니다.

로스쿨 합격률이 50% 정도에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회장들 모임인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전 회장이 로스쿨 학생과 졸업생들을 무더기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로스쿨 출신들이 보기에 너무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발단이 됐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관련 내용을 단독 취재한 장한지 기자가 자초지종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로스쿨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 모여 있는 '애프터 로스쿨'이라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그런데 게시판에 유난히 '고소'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띕니다.

"어쨌든 고소당한 놈들은 누군지 밝혀지겠구나", "학생대표자가 학생들 상대로 고소하는 게 말이 됨? 받아준 검사도 미친 거 아님?" 같은 내용입니다.

"지금 언급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도대체 뭔 짓을 함?"처럼 뭔 일인지 궁금하다는 글도 있고, "이제 고소 싸움으로 번지는 거? 개싸움?", "인생은 실전인 듯, 고소하니까 다들 장난 아닌데" 같은 희화적이고 냉소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예비 법조인들답게 "고소당했을 때 대처법 알려준다"는 나름 '실용적'인 글들도 눈에 띄고, 고소인의 이름 이니셜이나 아예 실명을 적시하며 "나도 고소당했다. 오늘 경찰서에서 전화 받았다. 세상에 내가 판례 속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같은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반응들도 눈에 띕니다.

일단 고소인이 '학생 대표자'라고 돼 있는데, 고소인은 2019년 2학기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을 지낸 정모씨입니다. 

[정모씨 / 전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
"고소를 했는데 이게 정상적으로 접수가 돼서 수사 배정이 되고. 이제 익명게시판이다 보니까 피고소인을 특정해야 하는데, 이게 영장을 집행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다음커뮤니케이션인가요 거기에서 정보를 주는 것이 늦어져서 수사가 조금 늦어졌고..."

발단은 지난해 4월 발표된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입니다.

합격률 50% 선이 붕괴됐던 그 전해 제7회 변시에 비해선 아주 소폭 상승했지만, 합격률이 50.78%에 그쳤습니다.

응시생 둘 중 하나는 떨어진 건데, 당시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선 시위나 집회 등 법무부를 상대로 합격률을 높이라는 실력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정모씨 / 전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
"합격률이 너무 낮은 상황이고 재학생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것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위를 해야 한다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차원에서 또 법무부에 대하여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그런데 정씨가 학생들의 단체행동에 제동을 걸었다거나 비대위원장을 자의적으로 뽑으려 했다거나 하는 등의 의혹 제기와 함께,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마타도어까지 횡행했다는 것이 정씨의 말입니다.

[정모씨 / 전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
"저에 대한 허위사실들이 많이 나가있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허위사실들이 많이 이야기가 나왔고, 거기에 대해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어요. '애프터 로스쿨' 익명게시판에요. 그러한 허위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계속 퍼져나갔고 저에 대한 비난이 굉장히 많아졌고요."

결국 A씨는 지난 2월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모두 16건의 게시글 작성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정모씨 / 전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
"고소 내용이 제가 저에 대한 허위사실을 작성한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고, 그리고 허위사실 글에 따라서 저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그러한 허위사실을 조금 더 재생산하고 과장하고 이러한 사람들을 모욕죄로 고소하게 됐고요."

변시 합격률과 이에 대한 대처를 둘러싼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집단고소로까지 번진 겁니다. 

이와 관련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2학기 회장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투쟁에 연계돼 있어서 욕을 먹게 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런 갈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건데, "초시생과 재수생, 수도권 학교와 지방대 간 합격률 차이가 벌어지면서 그들 간 합격률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이 김명기 국장의 전언입니다.

사건을 맡은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고소장이 접수된 건 맞다"면서도 "수사 진행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변시 합격률과 대처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집단고소로까지 번진 건데, 로스쿨들이 변시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맞물려 씁쓸한 뒷맛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지현·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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