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쓰는 '범죄 혐의 소명' 표현 아닌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 표현
기각 사유 다른 문구들과 얽히며 '범죄 혐의 소명' 여부 놓고 해석 분분

▲유재광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와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이 오늘(9일) 새벽 기각이 됐죠.

▲남승한 변호사(법률사무소 바로)= 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되자 피곤한 표정으로 구치소를 빠져나갔습니다. 이 부회장은 영장 기각 결정이 된 뒤에 새벽 2시 40분쯤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 수용동에서 정문까지 약 300m 정도 되는데요, 그곳을 천천히 걸어나와서 기다리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해서 돌아갔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것이나, 또는 불법 합병 지시 혐의에 대한 질문,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라고 보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대신에 “늦게까지 고생이 많으셨다“고만 짧게 언급했습니다.

삼성 임직원 10여명도 법원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고요. 삼성그룹은 일단 총수 재구속이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은 피한 만큼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입니다.

▲앵커= 어제 구속 전 피의자 심문만 10시간 넘게 진행이 됐는데 잠깐 복기를 해볼까요, 어제 진행 상황을.

▲남승한 변호사= 이 부회장과 삼성 옛 미전실 최지성 전 실장, 부회장이고요. 김종중 전 전략팀장, 사장입니다. 자본시장법상의 부정거래 시세조종, 주식회사 외감법 위반 등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김 전 사장에게는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위증을 했다는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제 오전 10시 30분경부터 약 10시간 35분가량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고요. 그리고 나서 5시간 정도의 장고를 거듭한 끝에 오늘 새벽 2시경에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심리를 시작하고 10시간 30분만입니다.

▲앵커=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가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원정숙 영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서 이미 상당정도 증거를 확보했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구속 재판 원칙에 반해서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 중요성에 비추어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앵커= 하나하나 뜯어볼까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 이것은 범죄혐의 소명이 된다는 건가요, 어떤 말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 말이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두고 삼성 측 변호인단은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해석하고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범죄혐의 소명이라고 하면서 얘길 하는데,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 이렇게 얘길 하는 바람에 범죄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좀 유보적인 판단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뒤이어 나온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정도를 재판정에서 가려야 한다" 라고 얘기한 것에 비춰봐서는 일부는 소명이 안 됐다고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앵커= 혐의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범죄혐의 소명과 관련된 문구는 아니긴 합니다. 또 불구속 재판 원칙 관련된 다른 설시를 비춰보면 혐의는 좀 소명됐다고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표현 자체만 가지고는 어떤 의중으로 말한 것인지 좀 해석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앵커= 다음에 이어서 나오는 말이 "불구속 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 라고 했는데 이것은 어떤 취지인가요. 이것도 또 범죄혐의가 소명이 덜 됐다는 건가요.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이 되는데 구속할 필요성은 없다는 취지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 문장 때문에 그런데요. 아까 앞에 문장하고 이 문장하고 같이 해석을 해보면 범죄혐의는 소명됐다는 전제 하에 구속할 필요성이 부족하다, 라고 영장을 기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문장만 비춰봐서는 구속할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 같은데 앞에 문장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 이렇게 얘길 하고 있거든요.

범죄혐의 소명 여부는 나중에 재판정 가서 판단해야 된다, 이렇게 얘길 하고 있어서 사실 해석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이것까지 같이 해석해서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범죄혐의는 상당히 소명됐다고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앵커= 마지막 문장이 "이 사건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남승한 변호사= 다시 이 문장으로 돌아가면 또 범죄혐의 소명과 관련해서 영장전담판사로서는 명확히 알기 곤란하다는 취지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게 하는 문장이거든요. 맨 앞의 문장, 중간 문장, 마지막 문장이 조금씩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앵커= 약간 모호하게 표현을 했는데,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표현 자체가 모호하긴 하네요.

▲남승한 변호사= 그러다 보니까 삼성 측 변호인단은 곧바로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기본적 사실관계를 법정에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석한 것 같고요. 그런데 범죄혐의가 소명된다고 하면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 보이는 중요한 사건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범죄혐의 소명에 대해서 좀 유보적인 판단을 하고, 그 다음에 구속할 필요성도 그러다 보니까 좀 떨어진다 이런 취지로 설시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해석하기가 좀 어려워 보입니다.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바로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염려와 관련된 부분인데요. 도주 우려가 없다고 명백하게 판단했거나 이런 것은 아니고 증거인멸 염려 관련해선 상당히 증거가 확보돼있다, 앞에 얘기한 점을 비춰보면 증거인멸 염려가 좀 없다고 본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이미 상당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얘기한 그 문장은 앞에 보면 기본적 사실관계 소명 관련해서 얘기한 거라 그 문장도 사실 앞뒤가 말이 맞지 않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뭉뚱그려서 정확하게 도주 우려가 없는 건지, 아니면 증거인멸 염려가 없는 건진 모르겠으나 종합적으로 보면 구속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보이기는 합니다. 이렇게 쓰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앵커= 삼성 반응은 나온 게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네. 삼성은 '변호인 일동' 이름으로 입장을 내면서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본적 사실관계만 소명됐다는 얘기지 범죄혐의 소명에 관한 얘기가 없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고요.

향후 검찰수사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서 계속 수사와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이게 영장전담판사가 범죄혐의가 소명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도 아니고, 구속 필요성도 뭐 인정되지 않는다, 이것은 뭐 검찰의 완패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은 아쉽게 받아들인다, 이런 입장을 냈고요.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게 어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범죄혐의가 소명될 경우 조심스럽긴 하지만 영장이 발부될 거다, 라는 쪽에 무게를 둬서 말씀을 하셨는데, 이것은 뭐 결과적으로 검찰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봐야 하나요. 아니면 삼성 측 호화 변호인단, 전관들이 방어를 잘한 '삼성의 힘'이라고 봐야 하나요.

▲남승한 변호사=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을 가능성이 좀 높아 보이는데, 사실 동어반복이긴 하지만 혐의 자체가 중대하다는 의미는 인정되면 중대한 범죄라는 건데 그만큼 또 판단하기에 있어 까다로워서 이런 문장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굉장히 장기간 검찰도 조사했고, 수사를 하면서 증거를 확보했는데 그만큼 법리적으로도 까다로운 문제니까 불구속 상태에서 혐의 유무에 대해서 다퉈보는 게 맞지 않겠냐, 어떻게 보면 법원이 가장 원론적인 입장을 표한 것이라서요. 변호인단 입장처럼 범죄혐의 소명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런 점에서는 검찰이 완패했다고 보기는 좀 곤란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법원이 일반적인 수사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원칙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모레 수사심의위원회 회부 여부를 논할 부의심의위원회가 잡혀있는데 수사심의위원회에선 뭘 논의하고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수사 계속 여부나 기소 여부 이런 점에 대해서 심의를 합니다. 검사도 들어오고 뭐 여러 단체가 들어오게 되는데 그러다보니까 시일은 좀 상당히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하니까 검찰이 괘씸하게 여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런 논란도 있었고요. 또 반면에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심의위 수혜자가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검찰은 일단 영장이 기각된 마당이라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보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좀 부담스러워진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앵커= 이게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계속 수사할 필요가 있냐, 적당히 이제 그만하고 정리를 하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면 이게 기속력이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기속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수사를 하거나 할 수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영장은 기각 되고 심의위원회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흔히 말하는 수사탄력이나 수사의 방향성에 있어서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경과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사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검찰이 괴롭히는 것 아니냐, 영장 청구돼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나온 지 얼마 안돼서 바로 다시 영장을 청구하고, 이런 논란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보면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 계속 영장을 청구하고 이런 것 같아 보이는데 사실은 혐의는 2개가 다른 혐의였고 특히 두 번째 혐의는 결코 만만한 혐의가 아닙니다.

그런 점을 보면 무턱대고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니까 영장을 발부하면 안 된다, 이렇게만 볼 논리는 아닌 것 같고요. 첨예한 법적 논쟁이 예상되는 것이고 사실상 경영 승계와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한 판결이 될 소지가 있는 걸 감안한다면 더 첨예하게 공부도 해야 될 것 같고요. 검찰로서도 더 열심히 자료도 수집해야 될 것 같습니다. 

법원은 그렇게 중요한 사건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이런 원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어서, 법원에서의 영장 기각을 두고도 범죄혐의가 소명이 안 된 것이다, 또는 범죄혐의가 소명됐지만 구속 필요성이 없다, 이렇게 단적으로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서 법원의 결정문의 내용도 해석하기가 좀 어렵게 나온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으로선 수사심의위 결정과 검찰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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