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판정받아도 '5년 이내 5회' 조항 때문에 응시해야"... 헌재 앞 1인 시위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선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회'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으로 인한 이른바 변시 '오탈자' 문제를 여러 차례 보도해 드렸는데요.

오늘(2일)은 늦깎이 로스쿨 졸업생에서 오탈자로 전락한 한 장애인의 사연을 통해 변시 오탈자 문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가 오락가락 흩뿌리는 헌법재판소 앞.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한 남성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피켓엔 '평생 응시금지에 희귀난치질환자, 장애인은 피눈물을 흘린다'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회 시험 제한에 걸려 변시 오탈자로 전락한 올해 43살 최모씨입니다.

[최모(43)씨 / 로스쿨 3기]
"(변호사시험을) 맨 처음 본 게 2013년도입니다. 그리고 2014, 15, 16, 17년까지 봤습니다. 수험생활 중에 처음에 시험 본 다음에 몸이 안 좋아가지고..."

단순히 시험 스트레스려니 하고 통증을 견뎌가며 계속 변호사시험 준비를 했는데, 최씨는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습니다.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 판정을 받은 겁니다.

[최모(43)씨 / 로스쿨 3기]
"시험준비 하느라고 당연히 이게 스트레스도 많고 몸이 힘드니까 원래 이러려니 했는데 희귀난치병 판정을 받아서, 2014년도에 받았습니다. 다발성 경화증입니다. 중추신경에 자가면역질환이거든요."

변시를 2회 응시한 시점에서 받은 희귀난치성질환 판정.

최씨는 하지만 변시 공부를 중단하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없었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로 응시자격을 제한해 못박고 있어서, 몸 상태가 어떻든 이 기간 시험을 안 보면 법조인의 꿈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모(43)씨/ 로스쿨 3기]
"원래 이게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데 5년에 5회라는 제한이 있어서 사실 계속 합격률도 떨어지고 그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다 포기하고 치료에만 매진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희귀난치성질환 진단 이후 3차례 더 본 변시에서 모두 불합격으로 이른바 '오탈자'가 됐고, 설상가상 몸은 더욱 안 좋아져 결국 장애 판정까지 받게 됐습니다.

[최모(43)씨 / 로스쿨 3기]
"제 면역이 뇌랑 중추신경계를 공격해서 염증이 생겨서 계속 그렇게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어요. 그래서 중추신경 쪽에 장애까지 오게 됐습니다. 하다 보니까 장애 판정까지..."

2017년 오탈자가 된 최씨는 이듬해인 2018년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회로 변시 응시를 제한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최모(43)씨 / 로스쿨 3기]
"가장 첫 번째로는,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어쨌든 로스쿨에서 배웠던 게 변호사시험이라는 게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잖아요. 제 권리도 주장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것 자체가 자기부정이라고 생각해서 헌법소원을..."

최씨가 30대 중반을 넘겨 로스쿨에 들어가게 된 이유도 부당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려는 것과 연관돼 있습니다.

원래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최씨는 건설현장 안팎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목격하고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최모(43)씨 / 로스쿨 3기]
"대기업에서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했었거든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랑 같이 현장에서 있으면서 여러가지 법적인 사각지대에 놓이신 분들이 너무 많으시고 그런 것을 보면서 제가,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고 그런 뜻한 바가 있어서..."

최씨는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를 침대에 맞춰 사람 다리를 잘라내거나 잡아늘였던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했습니다.

5년 이내 5회 응시 제한이라는 현행 제도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변시 응시생들에게 질병이나 임신 등 어떤 예외사항도 인정하지 않고 수험생들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최씨가 불편한 몸으로 헌재의 신속하고도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하며 16일째 1인시위를,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려는 이유입니다.

[최모(43)씨 / 로스쿨 3기]
"이렇게 불미스럽게 병에 걸리고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서 국가에 의해서 좌절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되게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이게 잘 해결돼서 '평생 응시 금지'에서 벗어난다면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한 다음에 몸을 조금 잘해서 시험을 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올해 초 치러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213명의 오탈자가 추가되면서, 5월 기준 누적 오탈자 수는 총 891명으로 추산됩니다.

더 큰 문제는 변시 누적 응시생이 늘면서 오탈자 수도 덩달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 헌재는 2016년 9월 해당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이후에도 헌법소원 사유를 보강해 여러 건의 헌법소원이 추가로 청구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제9회 변호사시험을 마지막으로 오탈자라는 낙인이 찍힌 이들의 헌법소원이 다음주 화요일 헌법재판소에 추가로 청구됩니다.

이미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헌재가 오탈자가 매년 수백명씩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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