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갓난아기 때 데려온 입양 딸과 5살 때 헤어져... 성년 돼 다시 만나
1심 "입양 의사 있어... 양친자 관계 인정" vs 2심 "법적인 입양 요건 못 채워"
대법원 "형식적 요건 아닌 정서적 유대관계에 더 주목해야... 2심 재판 다시"

[법률방송뉴스] 남편과 이혼하면서 갓난아기 때 입양한 딸이 5살 되던 해 헤어진 양엄마가 있습니다. 이 양엄마는 딸이 성년이 된 뒤에 다시 만나 왕래를 이어갔다고 하는데 법적으로 딸과 친자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결혼한 지 3년이 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은 A씨는 지난 1980년 이웃의 소개로 그해 출생한 아기를 입양해 출생신고까지 마친 뒤 친딸처럼 키웠습니다.  

그런데 A씨는 1985년 남편과 이혼하게 되었고, 남편이 딸을 데려가면서 5년간 돌봐오던 입양 딸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이혼하며 딸과 헤어진 3년 뒤인 1988년 재혼한 A씨는 1999년 다시 이혼을 했고, 그사이 딸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고 합니다. 

A씨와 딸 B씨가 다시 연락하며 만나게 된 건 딸이 스무살 성년이 된 2000년쯤이었습니다. 

2005년 B씨가 아이를 낳자 A씨는 산후조리원을 방문하기도 했고, B씨 아이의 돌잔치에도 참석하는 등 입양 딸과 왕래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2015년 A씨가 사망하자, 아마 유산 문제가 걸렸을 것 같은데, A씨의 동생이 B씨가 A씨의 실제 자식이 아니라며 친자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이때까지도 B씨는 A씨를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서 헤어진 친엄마인지 알았지, 자신이 입양 딸이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합니다.  

재판에선 A씨가 B씨를 입양할 당시 낸 출생신고가 효력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1심은 A씨 동생의 청구를 기각하고 A씨와 B씨가 법적으로 친자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낳지도 않은 딸을 출생신고한 그 자체는 허위이지만, A씨 부부가 B씨를 데려와 키울 당시 입양 의사가 있었고 실제 한동안 가족으로 같이 생활한 만큼 양친자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법적으로 입양을 신청하진 않았지만,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춰진 만큼 입양 효력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2심은 하지만 B씨의 생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입양 승낙을 받지 못해 입양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며 양친자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5살 때 이혼할 무렵부터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관계도 단절되었으므로 입양의 실질적 요건도 갖추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시했습니다.

대법원(2부 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하지만 A씨가 이혼하면서 B씨와 왕래가 끊어진 건 아버지가 B씨를 키우면서 벌어진 일일뿐, 관계를 절연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이혼 이후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친딸로 등재되어 있는 B씨에 대해 파양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B씨의 할머니가 B씨를 A씨에 데려다주자 왕래를 재개했다. 이는 A씨에게 B씨와의 양친자 관계를 존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이라는 게 대법원 판시입니다.

대법원은 “양친자의 생활관계는 현실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둘 사이의 관계를 판단할 때는 동거 및 양육 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 및 정서적 유대관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이 살아도 남과 다름없거나 남보다 못 할 수도 있고, 몸은 떨어져 있어도 그리워하며 마음은 늘 함께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관계에 있어 형식적 요건보다는 정서적 유대가 더욱 중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당 시인 장구령의 ‘달을 보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뜻의 ’망월회원‘(望月懷遠)이라는 제목의 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