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공방 벌이는 동안 "양육비 법안 처리" 읍소하는 문자 줄이어
민주당 의원들, 추미애 장관 "한명숙 사건 검찰·법원 조사해야" 주장
조재연 대법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억울하다면 재심 신청을"

[법률방송뉴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오늘(20일) 열렸습니다. 

국회는 밀린 숙제하듯 'n번방 방지법'과 '구직자 취업 촉진법' 등 100건 넘는 민생법안들을 처리했는데, 여야는 그 와중에도 법안 통과 관문인 법사위에서 설전과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법사위 전체회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 심사와 처리를 위해 오전 9시반부터 모인 국회 법사위원들.

그런데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앞서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관련 작심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각 상임위에서 법안심사를 하면서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 조정이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인심 쓰듯이 통과시켜버리고 최종적으로는 법사위에서 다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는 식으로 법안을 처리해왔습니다."

김도읍 의원은 그러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 또는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내비쳤습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들은 본인들의 뜻대로 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 법사위의 월권, 발목잡기라고 비난하고 법사위원들에게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동료 의원들마저 법사위가 의도적으로 법안을 장기 계류시킨다는 등 법안심사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김도읍 의원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법사위가 상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기 전에 과연 해당 상임위가 얼마만큼 심도 있게 이견 조정을 해가며 법안 심사를 하고 있는지, 체계·자구 심사의 핵심인 위헌적 법률을 제대로 걸러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는 말씀을 간곡하게 드립니다."

김도읍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이번엔 여당 법사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반박에 나섰습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법안 심사하는 과정에서 우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넘어서 특정 법안을 법사위에서 계류시킨 실제 예가 있었습니다. 체계·자구 심사라든지 관련 부처 이해관계 조정 반드시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저희들은 그런 절차가 해당 상임위에서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송기헌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 원칙적으로 각 상임위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관례적으로 그런 부분까지 법사위에서 하다 보니까 사실은 관행적으로 그것(체계·자구 심사)이 법사위에서 미뤄진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21대에서는 그러한 것도 원칙적으로 상임위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법사위는 법사위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사위는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검찰과 법원에 대한 조사 여부를 두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당시 관련 증언이 조작됐다는 당사자 비망록이 공개됐다"며 검찰 수사의 적법성과 법원 유죄 판결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민주공화국의 근본으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권력이 존재하는 것인데 이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거든요. 헌법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입니다. 여기에 최일선에 서야 할 검찰, 법원이 연관돼 있어요."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2018년 공개된 사법농단 관련 문건에 보면 과거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전부 무죄로 하면 정부를 상대로 상고법원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며 법원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당시 엄격한 사법 판단을 한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에 법원 자체조사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 (조사가) 사법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이 박주민 의원의 말입니다.

여당 의원들의 공세에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마당에 법원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의혹 제기만으로 법원에 대해서 불신을 조장하는 이런 행태, 그것이 국가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법무부 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저는 지극히 온당치가 못하다...”

같은 당 정점식 의원도 “재판 과정에서 증언 당사자의 비망록은 증거로 제출돼 판단을 거쳤다”며 “한 전 총리가 주장하지도 않은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는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불신을 높일 것”이라고 조사 필요성을 일축했습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도 “재판도 오판 가능성이 있지만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법원 자체 조사에 선을 그었습니다.

[조재연 / 법원행정처장]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정치인이나 국무총리나 나아가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증거를 갖춰서 재심 신청을 하고 재심에 의해서 그것이 잘못된 판결인가 밝혀지도록 그렇게...”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한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추미애 / 법무부 장관]
"과거의 수사관행이 설령 덮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런 절차적 정의 속에서 실체적 진실도 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한편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이들이 받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법률방송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살고 싶어요. 매일 한 번씩 ‘죽고 싶다. 힘들다. 양육비를 이렇게 받기 힘드나. 아들과 죽을까?’ 생각이 들다가 ‘아니야, 열심히 살아보자’ 마음을 다짐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누가 또 죽어야 법을 만들어 주실 건가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절절한 내용입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 회원들이 미지급자 형사처벌 내용이 담긴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하긴 했지만, ‘미지급자 운전면허 정지’ 등의 내용이 담긴 양육비 이행 강제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법사위원들에게 읍소하고 있는 겁니다.

공방을 어느 정도 정리한 법사위는 100건 넘는 민생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습니다.

회기 마지막날까지 여야가 공방을 벌인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6%, 역대 최악의 수준입니다.

오늘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20대 국회는 그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날까지 여야가 설전을 벌인 법사위는 위원장을 여야 어느 쪽이 맡는지와, 법안 발목잡기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두고 21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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