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아버지 "죄는 위중하지만 미국 보내기 불쌍"... 범죄인 인도 심사 치열한 공방

[법률방송뉴스] 오늘(19일) 서울고법에선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 24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첫 심문기일이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문엔 손정우는 나오지 않고 검찰과 손정우의 변호인이 나와 1시간가량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아동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인 손정우는 이와 별도로 미국 연방대배심에 의해 지난 2018년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오늘 심리는 미국 법무부 요구에 따라 검찰이 범죄인 인도 심사를 청구한데 따른 것입니다. 

범죄인 인도 관련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기소되지 않은 자금세탁 혐의만 심사대상에 올랐습니다.

손정우의 변호인은 자국민 불인도 원칙과 추가 처벌 우려 등을 들어 송환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손정우의 변호인은 미국으로 송환되더라도, 인도 대상 범죄인 자금 세탁을 제외한 성착취물 유포 등 혐의로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유포음모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우리나라 형법상 음모죄는 처벌하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와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입니다.  

미국 사법당국이 손정우 변호인이 요구하는 그런 보증을 해줄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한 점을 노려 이중처벌 금지 원칙 등을 강조하며 미국에 인도되어선 안 된다는 논리를 전개한 겁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인도된 범죄 외에 추가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 자체로 보증의 효력이 있다“고 맞섰습니다. 

조약 자체에 인도 범죄 외에 추가 처벌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사법당국에서 별도로 손정우 변호인이 말하는 그런 보증을 받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러자 손정우 변호인은 우리 검찰이 인도 대상 범죄인 자금 세탁 혐의로 손정우를 기소하지 않은 점을 들어 해당 혐의로 손정우를 미국에 인도하면 안 된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한국 검찰이 애초 손정우를 기소할 때 증거 불충분으로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기소도 안 한만큼 해당 혐의는 무죄라고 봐야하고, 무죄인 혐의를 적용해 손정우를 미국에 인도하는 건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손정우가 한 비트코인 관련 거래가 상당한 추적을 요해 당시에는 수사가 덜 진행된 것뿐이라며, 검찰이 해당 혐의로 손정우를 기소하지 않은 게 손정우의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손정우의 변호인은 이에 다시 “이 사건 범죄는 서버 자체를 국내에 두고 본인 집에서,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률에 의해 처벌하지 않는다면 속인주의, 속지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손정우의 아버지는 범죄은닉 혐의 등으로 아들을 검찰에 직접 고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사법당국에 맡길 게 아니라 혐의가 있다면 한국 검찰이 직접 수사해 처벌하든지 하고, 미국엔 인도하지 말라는 겁니다. 

양측의 공방을 청취한 재판부는 검찰에 "당시 손정우에 대해 수사를 할 때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따로 기소하지 않은 경위와 구체적인 조사 내용 등을 확인해 이달 말까지 입장을 알려달라"고 주문했습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심문을 참관하고 법정을 나온 손정우의 아버지는 아들을 고발한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죄는 위중하지만 아비 입장에선 저쪽으로 보내는 게 불쌍하다”고 말했습니다.

[손정우 아버지]
“3살 이후 어미 없이 자랐잖아요. 그죠? 어미 없이 자라 여태까지 왔는데 그래서 미국으로 인도된다는 것은, 아비로서는 물론 죄는 위중하지만은 저쪽으로 보낸다는 것이 그냥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것이죠. 그런 마음이에요”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한 차례 더 심문기일을 열고, 이날 곧바로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에는 손정우를 법정에 소환해 입장을 직접 듣기로 했습니다.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