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
"공공의 목적 위한 것... 배상 책임 없어"

[법률방송뉴스] ‘미투’ 여성단체에 소속돼 있다 탈퇴한 여성이 해당 단체와 단체를 만든 사람을 향해 “돈 문제에만 관심있다”거나 “회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등의 비판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이 여성은 해당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민사소송을 당했는데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왔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2018년 2월 동료 교수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하고 같은 해 3월 성폭력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전국미투생존자연대’라는 단체를 발족시켰습니다.

2018년 2월과 3월이면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검사장 성추행 폭로로 한국사회에서 노도처럼 ‘나도 당했다’ 미투 물결이 몰아칠 때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였던 A씨도 미투연대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다 같은 해 7월 탈퇴를 했다고 합니다.

탈퇴한 A씨는 자신의 SNS에 남정숙 전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부 예산 지원을 받거나 회비를 걷는 등 재정 확대에만 관심이 있다"거나 "회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조직의 인지도 높이는 데만 힘쓴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제사보다는 젯밥에만 관심 있다는 취지의 비판입니다.

발끈한 남정숙 전 교수는 A씨를 형법상 모욕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A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남정숙 전 교수는 다시 “A씨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자신과 미투연대 측에 각각 위자료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광영 부장판사)는 하지만 남정숙 전 교수의 손해배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사실관계에 대해 "A씨가 적시한 내용의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며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미투 운동 내지 피해자들의 연대활동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A씨가 미투연대 회계 정보공개 등 논리적인 답변을 구하는 과정에서 글 작성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주장 자체를 허위로 볼 수 없고 공익적 취지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니만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고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미투연대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투연대가 사단체를 갖추지 못해 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그냥 끝내는 것을 말합니다.

제사를 지내다 보면 젯밥이 나오겠지만, 젯밥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사를 지낸다면 그건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뒤집어진 일일 것입니다. 꼭 이 사건 단체나 관계자를 지징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뭐든 옥석이 잘 가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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