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금지 원칙 위배,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국가가 얻는 이익이 뭔가"
변호사시험법 조항 두 번째 헌법소원... "응시기간 제한이라도 없애야"

[법률방송뉴스] 2020년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오늘(24일) 오후 발표됐습니다. 1천768명이 합격해 응시자 대비 53.32%의 합격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변시 합격률은 계속 50% 안팎을 보이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변시 응시 자격을 로스쿨 졸업 '5년 내 5회'로 제한한 변호사시험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탈자(五脫者)' 논란인데요. 해당 법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오탈자 위헌 논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청구서 내용을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20년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오늘 오후 발표됐습니다.

제9회 변시엔 모두 3천316명이 응시해 1천768명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53.32%입니다.

만점 1천660점에 합격기준 점수는 900.29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법무부는 "기존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와 합격률, 로스쿨 도입 취지, 응시인원 증감, 법조인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격인원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해 3년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실력 있는 응시생이라면 합격할 수 있도록 교육의 정상화에 방점을 두었다"는 게 법무부의 자평입니다.

변시 합격을 둘러싼 논란은 해가 거듭될수록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고작 절반인 변시 합격률과 로스쿨 졸업 '5년 내 5회 응시제한' 변호사시험법 규정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2016년 제5회 55.2%의 합격률을 기록했던 변호사시험은 2017년 제6회 때는 51.5%로 더 낮아졌다가, 2018년 제7회 때는 49.4%로 50% 선도 무너졌습니다.

이후 2019년 제8회 50.8%로 간신히 과반을 기록했고, 올해 제9회는 53.3%로 절반을 살짝 넘겼습니다.

응시생 2명 중 1명은 떨어져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5년 내 5회 제한 내에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 3년을 다니고 변시에 5년을 투자하고 아무 것도 손에 쥐는 것 없이, 변시에 다시 도전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이른바 '오탈자 인생'이 되는 겁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A씨]
"희귀 난치병에 걸렸을 때는 '하늘이 신체의 자유에 형벌을 내리시는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평생 응시 금지자가 된 다음에는 '국가가 제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형벌을 내리는구나' 생각에 심적인..."

때문에 "해당 법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지난해 4월과 지난 3일, 2년 연속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됐습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 '5년 내 5회 응시제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그 헌법소원을 하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작년에 제출한 헌법소원이 있고 올해 제출한 헌법소원이 있죠. 작년에는 작년에 5번 본 사람, 올해는 올해 5번째 본 사람..."

법률방송이 입수한 지난해 4월 헌재에 청구된 헌법소원 청구서입니다.

변시 응시를 5회로 제한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은 기본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것이 청구인들의 주장입니다.

[이석원 / '5년 내 5회 응시제한' 헌법소원 청구인]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몇 년 동안 응시를 못 한다' 이렇게 나와 있지, '평생 동안 응시를 못하게 한다' 이런 건 없잖아요. 평생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게 유일합니다."

청구인 가운데엔 특히 여성도 있는데, 이 여성은 임신 중에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가 출산 당시 과다출혈로 이후 2년 동안 변시에 응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변호사시험법은 병역법이나 군인사법에 따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만을 5년 내 5회 조항의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고, 임신과 출산 등은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5년 내 5회 응시제한 조항은 '최소성 원칙' 위배,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 봉쇄와 이에 따른 사익의 침해, 무엇보다 헌법상 평등권 침해가 명확하다는 것이 청구인들의 주장입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 '5년 내 5회 응시제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오히려 이 제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도 급해지고, 굉장히 저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봐요. '과잉금지 원칙'의 '최소 침해성의 원칙'만 생각하더라도 이론적으로 위헌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죠."

김정환 변호사는 이와 함께 변호사시험법 해당 조항이 애초 합격률이 90%를 훨씬 넘는 의사 국가고시처럼 변호사시험도 '자격시험'으로 치러지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합격률이 50%에 불과해 자격시험이 아닌, 절반은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 사실상 '선발시험'으로 치러지고 있는 만큼 해당 법조항은 목적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 '5년 내 5회 응시제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일단 5년 5회 조항 자체가 잘못된 조항이라고 생각해요. 직업 선택과 관련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그렇게 횟수와 연도로 제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거든요. 본인이 공부를 해보고 자기가 시험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만둘 수도 있는 것이고..."

관련해서 국회에선 임신과 출산, 질병 등 특정한 경우엔 군 복무처럼 예외조항을 둬야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별 진전은 없었습니다.

[정형근 / 경희대 로스쿨 교수]
"임신·출산한 경우에도 응시기간의 제한을 풀어주자, 이런 논의가 있었고 법사위에서 회의까지 한 적 있었거든요. 그런데 20대 국회가 하도 엉망이다 보니까 입법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지나갔지만..."

이에 따라 '변시 낭인'을 막기 위한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5회 제한' 규정은 그대로 두더라도 최소한 로스쿨 석사 취득 후 '5년 내'라는 기간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형근 / 경희대 로스쿨 교수]
"응시기간의 제한이라도 없앰으로써 변호사라는 직업을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시기의 선택권을 수험생들에게 주는 것이 마땅하고, 그리고 국가가 청년들의 앞날에 대해서 그렇게 엄격하게 규제를 해서 국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가 있겠습니까."

5년 내 5회 제한 조항에 걸려 더 이상 변시를 칠 수 없게 된 로스쿨 졸업자들은 스스로를 '응시 금지자' '응시 박탈자'라고 자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변시 낭인 양산을 방지하면서도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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