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족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인데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다"

[법률방송뉴스]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에게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에 보복을 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사회복무요원이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을 두고, 재판부가 “생각을 좀 하고 써라”며 따끔하게 질책했습니다. 

반성문을 어떻게 썼길래 재판부가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따끔한 지적을 한 것일까요. ‘이슈 플러스’입니다.

사회복무요원 24살 강모씨라고 하는데 강씨는 엽기적인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조주빈에게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보복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강씨는 보복을 위해 구청 정보시스템 전산망에 접속, 피해 여성 A씨와 A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뒤 조씨에게 알려주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강씨는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유포하기 위해 운영한 텔레그램 박사방 범행에도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조주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올린 뒤 강씨 같은 사회복무요원을 포섭, 이들을 통해 피해자나 유료회원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보복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씨는 n번방 다른 피고인들이 하는 것처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손동환 부장판사는 오늘(10일) 열린 강씨 재판에서 “가족들이 힘들어 한다”는 강씨의 반성문 내용을 지적하며 따끔한 질책을 쏟아냈습니다.

"이렇게 쓰는 것을 반성문이라고 얘기를 안 할 것 같다"며 말을 꺼낸 손동환 부장판사는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겠다. 이게 무슨…"이라며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을 잠시 멈췄습니다.

손 부장판사는 "이전에 수용자로 수감된 적은 없겠지만 재판부에 내는 건데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이상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손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나는 고통 받으면 그만이지만 범죄와 무관한 자신의 가족과 지인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등의 내용인데, 원하는 바가 반성하는 태도를 재판부에 알려주려는 것이면 좀 더 생각하고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질책했습니다.

"본인이 자꾸 (가족들이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상황이 안 좋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다"는 것이 손 부장판사의 따끔한 질타입니다. 

손 부장판사의 질책에 강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더는 살아갈 의미가 없으니 극형에 처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등 본인도 정신적으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상태"라고 강씨 상황을 전하며 변론했습니다.

강씨가 조주빈에 보복을 의뢰한 스토킹하던 여성이 만에 하나 조주빈에 엮여 끔찍한 피해를 당했다면 그 여성과 가족들은 얼마나 지옥 속에 빠져 살았을까요.

강씨가 연루됐다는 조주빈 박사방 피해자들은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이제 강씨 가족들이 강씨가 붙잡히자 고통에 빠진 모양인데, 자식이 저런 일에 연루된 가족의 고통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사필귀정’과 ‘역지사지’, 8자가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n번방, 박사방 성착취 연루자들의 반성문들이 많게는 한 사람당 열 몇 통씩 재판부에 쇄도하고 있다고 하는데, 반성문은 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어서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반드시 옥석을 가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반성하고 뉘우치고 후회하는 게 왠지 끔찍한 성착취에 가담한 게 아니라 ‘잡힌 걸’ 안타까워하고 후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이슈 플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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