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 적 없어"... 백병원에 5번 거짓말, '형사처벌' 어려운 이유는
"대구 간 적 없어"... 백병원에 5번 거짓말, '형사처벌' 어려운 이유는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3.09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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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예방법, 민간병원 허위진술 처벌조항 없어... 업무방해 적용도 힘들어"

[법률방송뉴스] 대구가 본래 거주지임을 속이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던 7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이 발칵 뒤집혔고, 이 여성의 ‘거짓말’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이 여성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오늘(9일) ‘검색어로 보는 법조뉴스’는 ‘서울백병원’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전 포털 사이트를 달군 검색어는 바로 서울시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었습니다.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78살 여성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와 응급실, 병동 일부를 폐쇄했는데, 이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서 이 사단이 났기 때문입니다

대구가 본래 거주지인 이 여성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딸 집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3일 이 여성은 구토와 복부 불편감 등 소화 이상 증상을 보여 보호자와 함께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해 관련 증상을 호소하고 진료를 받고 입원했습니다.

이 과정에 병원 측은 대구 방문 사실을 5차례나 물었다고 하는데 이 여성은 “대구에 간 적이 없다”고 뚝 시치미를 뗐고, 주소도 딸이 사는 서울 마포구 주소를 적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입원기간 중 여러 차례 대구 관련한 얘기를 했고 급기야 입원 중에 코로나19 의심 증상까지 나타나자 의료진은 지난 6일 흉부 엑스레이와 CT를 찍고 7일엔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검사 결과 8일 오전 이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에야 비로소 원래 거주지는 대구라며 대구에서 다녔던 교회 부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도 털어놨다고 합니다.

이에 병원 측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공동으로 이 여성의 진료기록과 CCTV 영상 등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 청소부 등 접촉자를 파악해 자가격리 조치에 나섰습니다.

또 입원 중인 모든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병상 재배치와 소독 작업을 실시하는 등 서울백병원에선 그야말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사건 직후 서울백병원이 환자를 상대로 고소를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병원 측은 “고소와 관련 논의한 바가 없다. 지금은 다른 입원 환자 안정이나 진료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분노와 성토가 쏟아지고 있고, 서울시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거짓 진술 등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법률적 자문을 받아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심은 병원 측에 거짓말을 한 이 여성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입니다.

일단 감염병예방법 제35조는 ‘주의’ 이상 경보가 발령된 뒤 의료진에 거짓 진술이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니어서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보건복지부와 시·도지사, 시·군·구청장 등 지자체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부과할 수 있습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일단 1천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역학조사 조항은 질병관리본부장이나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거짓으로 진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성의 경우 거짓말을 한 대상이 ‘질병관리본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민간병원’ 의료진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이 여성에 대한 의료진의 질문을 공적인 역학조사로 볼 수 있냐가 문제가 되는데, 그렇게 보긴 힘들고 따라서 감염병예방법 제18조를 적용해 처벌하긴 힘들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김덕 변호사 / 법률사무소 중현]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된 후에는 의료인에 대하여 거짓 진술 등을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한데요. 여기에 위반했을 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고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어서 감염병예방법과 관련해서는 형사고소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감염병예방법 적용이 어렵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업무방해는 여러 사람에게 공공연히 거짓말을 퍼뜨려 병원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어서 적용이 어렵습니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이 여성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어서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남은 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업무방해의 고의 입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한수 변호사 / 법무법인 함백]

“허위 사실을 진술한 건 맞지만 불특정 다수인에게 유포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고의적으로 유포했다, 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고요. 다만 위계에 해당될지 여부, 간사한 계략에 해당될지 여부는 조금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위계에 의해서 업무를 방해했다, 라고까지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물론 괘씸한 행동이긴 합니다만 형사처벌로 이어지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이 여성도 아주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서울백병원을 들르기 전 평소 다니던 서울의 다른 대형병원을 들렀는데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 진료를 안 받아줘서 궁여지책으로 백병원에 거짓말을 한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환자의 거짓 진술에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면서도 “대구 거주자라는 이유만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는 방역당국의 오늘 브리핑도 이런 점을 감안한 발언입니다.

결국 그게 동네가 됐든 특정 종교가 됐든 뭐가 됐든 근거 없는 차별과 비합리성은 경계하고 투명하게 밝힐 건 밝히고 검사 받을 건 검사 받고, 방역당국과 병원, 의심환자, 확진자 모두가 모든 면에서 서로 투명한 게 코로나19 문제를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아닐까 합니다.

‘검색어로 보는 법조뉴스’였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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