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국 환자 2천명 넘어서면 중국이 한국인 입국금지할 것"
"국내 감염자 급속하게 늘어나면 의료 시스템 붕괴는 시간 문제"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갔다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강제 출국돼 이스라엘항공 전세기 편으로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갔다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강제 출국돼 이스라엘항공 전세기 편으로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미국은 중국인 입국 차단 조치를 대선을 앞두고 상당히 정치적 분위기로 끌고 간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실효적 차단을 하니, 이 부분에 대해 주한 중국 대사가 아주 감사해했다."(추미애 법무부장관, 1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중국 관광객이 국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보다, 중국에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21일 브리핑)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안 나왔다."(박원순 서울시장, 24일 KBS1 TV '더 라이브' 출연) 

"결과적으로 보면 외교적인 부분을 감수하고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던 나라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더디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때 조치하는 게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 출입을 막아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때늦은 조치다."(권영진 대구시장, 24일 외신기자 질문 답변)

"완전히 국경 봉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국에서 입국자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무슨 중국을 겁낸다느니, 그런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정세균 국무총리, 24일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인 입국 금지' 여부를 놓고 정부 책임자들과 지자체장들이 한 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에도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감염자 수가 연일 급증하면서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 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역으로 중국이 한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은 24일 기준 확진자가 각각 763명, 833명으로 급증하며 중국에 이어 환자 수 상위 3개 국가다. 지난달 31일부터 중국과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 이탈리아와 이란은 각각 152명, 43명에 머물고 있다. 사태 초기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싱가포르는 89명이다. 미국, 러시아, 호주, 싱가포르, 북한 등 41개국도 중국 전역 대상 입국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발행인이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낮은 감염률을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비아냥대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고려 때문에 중국 눈치를 보느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감염원 차단'이라는 기본적인 방역 원칙을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지금은 때늦었다'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총체적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며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축구했다. 의협은 그간 6차례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의사 출신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또한 “방역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법률방송과 통화에서 “방역의 기본은 동선 최소화다. 중국이 우한을 왜 폐쇄했나. 이게 서로 싫고 좋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내 환자가 2천명을 넘어가면 중국도 우리 국민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시급한 또다른 이유로 국내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을 들었다. 그는 “우한이 병원이 부족할 정도로 가난한 지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이 사망한 것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이라며 “감염 초기에는 기존 의료 시스템으로 버틸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급속하게 환자 수가 늘어나면, 바이러스 환자만 치료하는 이원적 의료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다”고 말했다.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이 문을 닫게 된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의사들도 격리된다. 그러면서 응급환자나 중증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게 된다. 그렇다고 분리하지 않고 환자끼리 섞이면 바이러스가 확산해 면역력 약한 환자들이 죽어나간다. 이것이 우한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라는 설명이다.

대구 경북대병원이 확진자가 나오자 곧바로 응급실을 폐쇄했다가 운영을 재개한 케이스, 영남대병원과 동산병원 등도 마찬가지로 응급실 폐쇄와 가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환자 수가 벌써 1천명에 육박하는데 지금까지는 기존 의료 시스템으로 버텼지만, 감염자가 급속하게 늘면 의료 시스템 붕괴는 시간 문제로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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