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가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모두 유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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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추돌사고가 났는데 피해 차량 운전자는 추돌 당한지 모르고 펑크가 난 줄 알고 갓길 주변에 차를 세우고 가해 차량을 쫓아가지 않았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도 차를 세우지 않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이거는 죄가 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덤프트럭 운전사인 황씨는 2018년 5월 13일 오전 9시 40분쯤 경기도 삼척시의 한 편도 3차로 도로를 지나가던 중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 2차로에서 주행 중이던 그랜저 승용차 왼쪽 뒷부분을 추돌했습니다.

충돌 충격으로 3차로와 갓길 사이까지 밀려난 그랜저 차량은 갓길에 차량을 정차했고, 트럭 운전사 황씨는 트럭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전해 사고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피해 차량 운전자와 차량에 같이 타고 있던 동승자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고 범퍼 수리비로 380여만원이 들었습니다.

황씨는 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 사고 후 미조치, 두 개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에서 황씨는 “덤프트럭 적재물들끼리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충격음을 듣지 못했다”며 “사고가 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으니 도주치상과 사고 후 미조치 모두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입니다.

1심은 하지만 황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도주치상과 사고 후 미조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사고 당시 큰 충격음이 발생했고 피해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3차로와 갓길 사이에 멈춰선 점 등에 비춰보면 황씨가 사고 발생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시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지만 “황씨가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도주치상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차량은 긁힌 정도의 흔적이 있을뿐 다른 파손이 없고, 도로에 비산물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피해자들이 사고 직후에는 타이어 펑크를 의심하며 사고 발생 사실을 일지 못해 황씨의 차량을 추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황씨에게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에 항소심은 1심 벌금 500만원에서 벌금 300만원으로 200만원을 감형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하지만 사고 후 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사고로 피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상해를 입었고 승용차가 밀려나 차로와 갓길 사이에 정차한 사정 등을 살펴 보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황씨는 이러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황씨에게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의 오늘 판결은 사고가 나면 상황이 무거워보이든 가벼워보이든 일단 차를 멈추고 현장을 살펴 수습하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가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사고 후 미조치 위반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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