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박균택 법무연수원장 "서지현 검사 좌천, 내 후배 인사 민원 유탄 맞은 것"

[법률방송뉴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문제 삼으려는 서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앵커브리핑’입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지난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은 서지현 검사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습니다. 

이후 서 검사가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안 전 국장은 2014년 4월 정기사무감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서 검사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났는데 두 지청은 검찰에서 이른바 ‘부치(部置)지청’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부치지청은 차장검사가 없는, 쉽게 말해 지방 소도시 외진 곳의 지청으로 통상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검사는 다음 인사에서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인사를 받아주는 게 통상의 관례입니다.

그런데 서 검사의 경우 부치지청에서 또 다른 부치지청으로 발령이 났고 이는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보직에 있던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게 검찰 공소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안 전 국장은 재판에서 술에 너무 취해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 검사에 인사 보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안 전 국장은 또 검찰국장이라는 자리가 일개 평검사 인사까지 일일이 다 챙기는 자리가 아니고, 서 검사 인사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2심은 모두 안 전 국장의 이런 주장을 기각하고 직권남용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서지현 검사처럼 부치지청 배치 경력이 있는 검사가 다시 곧바로 부치치정에 배치된 경우는 제도 시행 뒤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의 성추행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검사로서 승승장구한 경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사직을 유도하거나 서 검사의 평판에 치명타를 입히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1·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대법원(2부 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하지만 오늘(9일) 안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습니다.

일단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에게 의사에 반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먼저 부치지청 근무 검사 배려 제도에 대해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판단 위에 대법원은 "서 검사에 대한 인사가 검사 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안 전 국장이 평검사 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사 인사 실무 담당자는 여러 인사기준과 고려사항을 종합해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이 사건 인사안은 그런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쉽게 말해 안 전 국장이 직권을 남용해 평검사 인사 담당 검사에게 직무 재량을 벗어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시킨 것으로 볼 수 없어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 첫 검찰국장을 지낸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이 지난해 말 대법원에 안 전 국장의 구명을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원장은 진술서에서 2015년 8월 검사 인사를 앞두고 자신이 법무부 검찰과 평검사 인사 담당 검사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가 통영지청으로 발령 날 예정인데 다른 대도시 지청으로 발령 내 달라는 ‘민원’을 했고, 그 유탄을 서 검사가 맞은 거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당시 광주고검 차장이었던 박 원장은 대도시 검찰청에 배치 받아야 아들을 대도시 중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고교 후배의 부탁을 듣고 수긍할 만하다 생각해 민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도 과거 검찰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경험상 지청 인사는 검찰국장이 아닌 사실상 인사담당 검사의 전결 사항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억울하게 고통 받는 모습을 묵과할 수 없기에 저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처신인 줄 알면서도 이 진술서를 제출한다“는 것이 박균택 원장의 진술서 내용입니다.

검찰국장이 평검사 인사까지 관여하지 않고 서지현 검사 인사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안 전 국장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서입니다.

성추행은 백번 잘못한 일이지만 ‘미투’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휩쓸려 안 전 국장을 무리하게 기소를 했고 또 1·2심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한 건 아닌지, 대법원이 오늘 파기환송을 한 만큼 면밀히 다시 판단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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