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이상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면금지 등 방안에
"강제력 가진 정부의 '협조 요청'으로 국민 재산권 침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들이 나와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들이 나와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정부가 시가 15억원 이상의 주택을 초고가 주택으로 정하고 지난 17일부터 대출을 전면 금지시킨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민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기준 ‘15억’... 법적인 근거 있나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규제하는 조치에 대해 ‘15억’이 어떻게 산정됐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임의로 산정한 주택가격 기준에 따라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면적인 대출 규제를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대책 발표 다음날인 17일부터 원천 금지된다.

이 규제는 전 금융권 가계대출에 적용되며 주택임대업·매매업 개인사업자나 법인, 개인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현금으로만 구입하라는 의미다.

규제지역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23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추가로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출액 모든 구간에 LTV 40%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LTV가 20%만 적용된다.

기획재정부 부동산정책팀은 “시세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중 상위 30%의 평균 가격이 9억원이고, 상위 10% 평균 가격이 15억원”이라고 가격 기준 설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공시지가가 아닌 시가가 기준이며 KB 시세와 한국감정원 시세를 기준으로 높은 것을 적용해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에 근거해 정해진 기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헌법 제23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의 재산은 보장되며,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헌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만 제한되며, 제한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방효석 변호사(법무법인 우일)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지 않고 임의적인 가격규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당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실상 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등 금융권... “우리가 최대 피해자, 영업의 자유 침해 예상”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와 9억원 초과 주택 대출금액 축소로 주택담보대출의 절대 금액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가 예견되고 있다. 지난 11월말 기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은행 79%, 국민은행 74%, 하나은행 72%, 신한은행 67% 등에 달한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받게 되는 은행들은 표정이 어둡다. 정부는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경우 해당 차주의 DSR을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60%로 제한했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다. 개인의 모든 대출을 합산한 금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방효석 변호사는 “이번 규제가 행정지도 형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원칙적으로 은행은 이 규제를 따를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이번 조치로 영업의 자유를 크게 침해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공권력 행사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있을 경우에 그 공권력 행사가 타당한지 심사한다. 그런데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는 행정기관의 협조 요청이므로 원칙적으로 공권력의 행사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행정지도 같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 헌재는 사실상 강제력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행정지도가 공권력의 행사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선택권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헌재가 정부의 이번 행정지도를 공권력의 행사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 보험사는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일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법조계 "사실상 강제력 가진 정부의 협조 요청, 헌법소원으로 다퉈야"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 등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개인들도 헌법소원 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인해 재산권 행사의 제약이 있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받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려고 했는데 무산됐다’는 식의 재산 취득의 가능성이 무산됐다는 것은 재산권의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부 규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8일 “정부가 법률상 근거 없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변호사의 헌법소원이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정희찬 변호사(안국법률사무소)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1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담보로 제공한 후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는데 계획이 무산됐다”고 소 제기 배경을 설명했다.

임광훈 변호사(합동법률사무소 영우)는 “이번 정책은 헌법소원으로 다투어야 한다”며 “법률에 근거한 공공기관의 조치라면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으로부터 규제를 받는 것이고, 단지 그 원인이 정부의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 협조요청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통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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