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차별·혐오 표현은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침해"

[법률방송뉴스] 동성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나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기독교학교인 서울디지텍고 곽일천 이사장과 같은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14명이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5조 1항과 3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입니다.

해당 조항은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례 5조 3항은 “이같은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곽 이사장 등은 이 가운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 문구를 문제 삼아 해당 조항이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겁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차별·혐오 표현은 그 자체로 개인이나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집단의 가치를 부정하므로 이러한 표현이 금지되는 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는 것이 헌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판단입니다.   

헌재는 "특히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차별·혐오 표현은 학생의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있고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반면 제한되는 표현은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표현이나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것으로 그 보호 가치가 매우 낮다"는 것이 헌재의 설명입니다.

370여개 청소년·교육단체로 구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우리 사회가 차별언행 및 혐오표현 등에 대처해야 할 필요를 인정한 것이다“라고 헌재 오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제정연대는 "이후 차별금지법 등 관련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아울러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곽 이사장 등은 헌법소원과 별개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무효화해달라는 행정소송도 냈으나 1·2심 모두 본안 심리 없이 청구를 각하했고, 지난 8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며 각하를 확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곽 이사장 등이 낸 행정소송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청구 내용이 법원 판단 대상이 아니어서 주장 내용을 다툴 필요도 없이 재판을 종결했다는 뜻입니다.

헌재의 오늘 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외피를 쓴 ‘혐오할 자유’, ‘차별할 자유’는 허용되어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결정입니다.

"혐오를 혐오하라"는 표현이 있는데, 혐오하고 미워해야 할 것을 제대로 혐오하고 미워할 줄 아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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