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사와 친분 과시 함바식당 운영권 등 수억원대 사기 행각
"실체 의심 투자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해"... 1심, 징역 2년 실형
"범행 반성해, 피해자들 욕심도 함께 작용"... 2심, 집행유예 선고

[법률방송뉴스]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된 청와대 경호실 경호과장 출신 50대 남성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52살 박모씨라고 하는데요. 박씨는 청와대 경호과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8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소개로 만난 A씨에게 “5억원을 주면 발전소 건설 현장의 함바식당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가로챘다고 합니다.

박씨는 한달 뒤인 같은 해 9월에도 지인 B씨에게 함바식당 사업 투자를 권유하며 1억 4천 800만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조사 결과 박씨는 “내가 현직 청와대 경호과장인데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좀 있다”는 식으로 행세하면서 투자를 권유했고 피해자들은 홀린 듯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씨는 2016년 1월엔 또 다른 피해자에게 “청와대 근무 후 퇴직한 사람이나 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이 있는데 여기에 투자하게 해주겠다”며 2억원을 받은 뒤 주식투자를 해서 8천 100만원을 까먹었다고 합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1심 법원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은 청와대 경호과장으로서 쌓은 경력과 배경을 과시해 실체가 의심스러운 투자 방법이 가능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믿게 했다. 공직자로서 이권개입을 할 수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박씨를 질타하며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2심은 하지만 박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박씨를 풀어줬습니다.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그동안 피해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갚아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재판부가 밝힌 양형사유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얻으려는 피해자들의 욕심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한 10년 전쯤인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성북동 한 음식점에서 청와대 경호실 고위 간부라는 사람과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됐습니다.

명함을 보니 청와대를 배경으로 이름과 경호실 직함이 찍혀 있었는데 이메일 ID가 눈에 띄었습니다. 'korea007'. 무슨 자기가 ‘제임스 본드’인가, 장난도 아니고 ‘시쳇말’로 빵 터졌고 굉장히 무게를 잡는 것 하며 ‘이 사람 이거 사기꾼 아니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튿날 모종의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보니 실제로 청와대 경호실에 재직 중인 사람이었습니다.

이번 청와대 경호과장 사기 사건을 보면서 직접 관련은 없지만 묘한 씁쓸함과 허탈함이 스며들었던 ‘korea007'의 기억이 소환되며 겹쳐졌습니다.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얻으려는 피해자들의 욕심도 함께 작용했다”는 재판부 지적처럼 무슨 일이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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