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첫 재판... 1년 4개월 만에 법정 출석, 미리 써온 입장문 읽어
"고통 말할 수 없다... 딸 압수수색은 사회주의 넘어 독재주의 가는 장면"

최순실씨가 지난해 8월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률방송 자료사진
최순실씨가 지난해 8월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률방송 자료사진

[법률방송뉴스] 국정농단 사건 주범 최순실(63)씨가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나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최씨가 법정에 출석해 입을 연 것은 지난해 6월 15일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이날 재판 도중 발언 기회를 얻은 최씨는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최씨는 “20년 이상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평범하게 살았다"며 "박 대통령 개인사를 도와준 것 뿐이며 그와 관련해 어떤 비위적인 이익을 취한 바도 없고, 어떤 기업도 알지 못한다”면서 재판장에게 억울한 부분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밤새 검찰 조사와 주 4회 재판을 받으며 버티기 힘든 나날을 버텼다"는 최씨는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에서 CCTV 감시 하에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하고 지내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제가 특검 수사를 받을 때 부장검사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삼족을 멸하겠다'고 한 말이 현실이 됐다. 딸과 손자의 고통은 말할 수 없다"며 "저의 딸에 대한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은 사회주의를 넘어 독재주의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박또박 빠른 목소리로 입장문을 읽어내려가다 “나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다”라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떨면서 목이 메기도 했다.

◆ 1·2심 징역 20년 선고... 대법원 일부 무죄 취지 파기환송

최씨는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내게 한 혐의, 삼성그룹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 및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명목으로 298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여원을 선고했다. 2심은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29일 대체로 원심을 유지했으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안종범 전 수석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하도록 한 것은 강요죄로 볼 수 없다며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날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변론을 통해 “이 사건의 발단부터 대법원 판결까지가 현대 우리사회의 정치 격변과 변동의 과정”이라고 전제한 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파기환송심이 아닌 제 4심의 비중을 지니고 있다. 이 판결 결과가 우리나라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이미 확정된 뇌물 등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재벌총수들 간에 뇌물죄가 인정된 6건의 사건이 모두 ‘묵시적 공모’를 이유로 들고 있다며 "객관적 증거가 없는데 방만하게 묵시적 공모를 인정해 유죄를 인정하면 대한민국 정치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없다”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묵시적 공모 인정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공직자가 아니지만 박 전 대통령과 공모를 이유로 대법원에서 뇌물죄가 확정됐다. 

재판장은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상고 이유가 모두 배척되어 확정력이 발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한 부분에 대해서만 다시 심판할 수 있다.

◆ 손석희 등 증인 4명 요청... 최씨 지지·반대 소란도

하지만 최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항소심 사건이고, 사건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에 비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 간의 공모가 있었는지, 공익재단 설립 등이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하는지, 삼성이 소유하고 있는 마필을 최씨가 받았다고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씨 측 변호인단은 "뇌물과 직권남용 관련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모두 다시 다퉈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손석희 JTBC 사장, 최씨의 딸 정유라씨 등 4명의 증인 신청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기일을 12월 18일로 정하고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방청하던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대로 재판하라, 나라를 빨갱이에 넘기려느냐“며 고함을 질렀고, 반대자들은 ”유신 X녀가 이래도 되나“라고 외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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