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북한 지령 받은 간첩' 등 허위사실 적시만 명예훼손 배상책임 인정"

[법률방송뉴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대협을 ‘종북’이라고 표현한 기사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다시 나왔습니다. 법원은 다만 허위사실을 적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쪽은 보수 인터넷 매체인 뉴데일리와 소속 기자 유모씨, 그리고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등입니다. 

뉴데일리와 유씨는 정대협과 윤미향 정대협 대표가 ‘친북 좌파 단체’, ‘종북 세력’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고, 주 대표는 ‘윤 대표와 정대협 임원의 친인척들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이라는 허위사실이 적힌 유인물을 사람들에게 배포해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1심은 뉴데일리와 소속 기자 유씨, 엄마부대 주 대표의 책임을 인정해 뉴데일리 측과 주씩에게 각각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유씨는 정대협 임원 중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가진 인물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기사를 작성한 기자 본인이다“며 ”뉴데일리는 이런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로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해 원고들이 입은 비재산적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주씨에 대해서도 "정대협도 마치 간첩이나 북한 지령을 받은 것과 관련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하지만 ‘종북’ 표현 자체에 대해선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반사회 세력으로 몰리고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어 일반적인 정치적 이념의 경우보다 신중함과 엄격함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종북 관련 언급은 피고들의 기준이나 입장에 따른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고, 이 표현들이 지나치게 모멸적인 언사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대협과 윤 대표는 이에 "종북이라는 표현 그 자체로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일부 피고들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부(박영호 부장판사)는 하지만 정대협과 윤 대표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주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정대협과 그 대표인 윤씨가 취한 북한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하면, 종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시입니다.

우리 형법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회적 평가를 해쳤을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데 ‘종북’이란 표현은 사실의 영역이 아닌 의견과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반면 정대협이나 윤미향 대표는 ‘종북’이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명백한 허위 사실의 적시에 따른 인격권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반사회 세력으로 몰려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지만 명예훼손은 아니다’는 1·2심 판결에 최종심인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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