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상품 투자자 보호" 20대 국회서만 법안 5건 발의... 여전히 계류 중

[법률방송뉴스] 20대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슈 가운데 하나가 파생결합증권 DLS와 파생결합펀드 DLF 대규모 손실 사태였는데요.

이런 파생상품 대규모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9년 전에 이미 발의됐고 현 20대 국회에도 5개나 발의돼 있는데 정작 처리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잠자는 법안을 깨워라' 오늘(22일)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얘기해 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DLS와 DLF는 기본적으로 독일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와 연계된 금융상품입니다.

시중은행들이 '독일이 망하겠냐'는 식으로 수천억원씩 관련 상품을 팔아치웠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익은커녕 원금마저 다 까먹은 '깡통계좌'로 전락했습니다.

1억원을 맡겼는데 190만원만 남은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DLF 피해자 (지난 21일 국감 증언 / 음성변조)]
"목숨보다 소중한 돈입니다. 제 삶의 값어치이니까요. 날씨는 추워지고 12월에 전세 만기가 돌아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앞길이 막막합니다."

특히 은퇴자 등 고령 피해자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입니다.

'은행이 틀린 말 하겠나' 싶어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은행을 믿고 돈을 맡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쪽박을 차게 됐다는 겁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기본적으로 은행을 이용하시는 고객들은 은행에 대한 신뢰로 금전손실이 이렇게 일어날 줄은 모른다는 거예요. 주로 타깃 되시는 분들이 노인층이에요. 그냥 은행에 와서 정기예금 선호하시는 분들이죠."

하지만 해당 상품들은 어제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 출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이 판매한 상품을 '도박'에 비유했을 정도로 '안정성'과는 거리가 먼 상품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일종의 갬블(도박상품) 같은 걸 이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때문에 DLF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대표적인 방안이 보험사나 증권사에서 운영 중인 이른바 ‘펀드리콜제’를 은행권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펀드리콜제는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할 경우 일정기간 이내 투자자가 판매회사에 '리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청약 철회권'입니다.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상품에 따라 일정 기간을 정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위법계약 변경·해지권'입니다.

위법계약 해지권은 금융사가 설명의무 위반, 불공정영업행위 등으로 상품을 팔았을 때 일정 기간 내에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소비자에게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20대 국회에만 5개 발의돼 있습니다.

2017년 5월에 발의된 정부안에도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권 및 위법한 계약 해지권 도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금융상품 등 계약을 체결한 일반 금융소비자가 대출성 상품의 경우 계약서류를 제공 받은 날부터 14일 등 일정기간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나아가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의 위법한 행위로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 체결일부터 5년의 범위에서 서면 등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입 직후에 한 번, 이후 최초 설명과 다른 점 등 은행의 부적절한 행태가 밝혀졌을 경우 다시 한번 해당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소비자 보호 법률입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정무위원회]
"위험이 높은 파생결합상품인 경우에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펀드에 가입하기로 계약을 하였지만 그 계약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있을 수 있고..."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의원은 위험이 높은 파생결합상품에 대해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한번 펀드를 판매한 금융기관이 펀드를 산 투자자에게 펀드의 약정 수익률 그리고 원금손실이 얼마나 가능한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기재하여서 투자자한테 다시 한번 알려주고 투자자는 그 기간 내에 펀드의 가입을 리콜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나아가 위계나 허위로 불완전 상품을 판매해 소비자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판매자에 대한 제재나 처벌 규정을 둬야 한층 실효적인 소비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단순히 문제가 됐으면 '리콜도 해주겠다'라고 하면서 그것에 대한 규정이라든지 또 그것에 대한 제재나 처벌이나 그것에 대한 손해배상, 이런 것들이 없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사실 그것을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정부도 소는 잃었어도 이참에 반드시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법안 처리에 적극적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분위기가 이렇게 '어?' 하다가 금방 또 바뀌어지면 잊어버리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는 것은 좋을 수 있겠습니다."

법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발의된 법안만 5개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말만 지나갈 게 아니라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법안을 처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서 '다음에'는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칙 아닌가 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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