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가 단말기를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오인... 과징금 부과 정당"

[법률방송뉴스]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 출고가를 높게 책정하고 이를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휴대폰을 판매한 것은 ‘속임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보통 휴대폰을 새로 사면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다 받지 않고 이런저런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말기 값을 깎아주기 마련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1백만원짜리 50만원에 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통사 상술이 사실은 속임수에 의한 착시효과라는 게 법원 판결로 밝혀졌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7월 SK텔레콤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를 시정하라는 명령과 함께 과징금 214억4천800만원 납부를 명령했습니다.

SK텔레콤이 제조사와 협의해 휴대폰 단말기의 출고가 등을 부풀려 소비자에게 지급할 '약정 외 보조금' 재원을 조성하고 이를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했다는 것이 공정위 시정명령과 수백억원대 벌금 납부 명령 사유입니다.

한마디로 ‘가격 부풀리기’를 통해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불복해 SK텔레콤은 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제조사와 출고가를 협의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적법하며, 약정 외 보조금 역시 통상적인 고객유치 활동"이라는 것이 SK 주장입니다. 

공정거래소송은 기업활동과 경제에 미치는 공정위 처분의 영향력을 감안해 통상의 3심제가 아닌 서울고법과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2심제로 운용됩니다.

1심인 서울고법은 SK텔레콤 주장을 기각하고 해당 영업 관행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SK텔레콤은 단말기 및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 촉진을 위해 공급가 또는 출고가를 부풀려 약정 외 보조금을 조성한 후 대리점에 지급했다. 이로 인한 이익에 대한 과징금 부과명령은 적합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소비자들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야 고가의 단말기를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오인하게 됐다”며 “SK텔레콤의 행위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이를 제한하거나 왜곡해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것이다”고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출고가 내역 등을 매달 홈페이지에 공개하라’는 명령과 ‘2년간 판매장려금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하라’는 명령은 “지나친 처분”이라며 취소했습니다.

SK텔레콤은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가 맞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SK텔레콤과 제조 3사가 협의해 사전 장려금을 단말기의 공급가 내지 출고가에 반영해 출고가를 높인 뒤 유통망에 사전 장려금을 지급했다. 상품 등의 거래조건 등에 관해 실제보다 유리한 것으로 오인시켜 고객을 유인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오늘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와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각각 LG유플러스와 KT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공정위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LG유플러스와 KT도 2012년 7월 공정위가 "약정 외 보조금 지급은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과징금 31억1천700만원과 53억6천300만원을 부과하자 소송을 냈고 최종 패소했습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원숭이들이 배고프다고 악악대자 주인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던 먹이를 그러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속인데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소비자를 원숭이로 아는 것도 아니고. 정보 우위에 기반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 행태들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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