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파 제대로 진술 못해... 진술 번복하면 1차조사 조서 증거능력 사라져"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주차장 모습.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주차장 모습.

[법률방송뉴스] 검찰에 비공개 소환된 정경심 교수가 조서에 서명 날인도 하지 않고 귀가하면서 이 날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이 다음 조사기일에 인정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정 교수의 소환조사는 자정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오후 5시쯤 종료됐다. 정 교수가 “몸이 아프다”며 조사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 교수는 이날 작성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이하 피신조서)에 서명 날인을 하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광훈 형사전문변호사(법무법인 영우)는 “피신조서 열람을 하지 않고 조사가 급히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추후 조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검찰 조사는 피의자가 작성된 조서를 모두 읽어보고 서명 날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피의자가 자신의 진술과 조서 작성이 일치하는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의 진술과 조서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피의자는 이의를 제기해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조사가 몇사례에 걸쳐질 경우, 매 조사시마다 조서가 작성되고 피의자는 매번 서명 날인을 한다.

이는 피의자의 진술이 강압적인 상태에서 강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피의자가 이런 내용의 진술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피의자가 서명 날인을 하면 피신조서는 증거로 쓰일 수 있게 된다.

피의자의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서명 날인은 절차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피의자가 조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검찰은 영상녹화 및 조사자증언제도 등을 통해 조사의 임의성과 진정성을 입증하여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서명 날인을 하지 않은 경우 형식적 진정성립이 부정되고, 그 경우에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된다.

따라서 아직 열람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검찰의 이 날 조서가 증거능력을 갖추려면 서명 날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음 번 조사에서 정 교수가 조서에 서명 날인을 하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임 변호사는 일단 서명 날인을 하지 않고 귀가한 이상 “사실관계를 따져봐야겠지만 추후 ‘당시 몸이 아파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며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며 "그 경우 1차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철저하게 조서를 열람하기 위해 사인을 거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와는 사안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올 초 사법농단 수사를 받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당시 닷새간 4차례 검찰에 출석했는데, 앞선 3번의 조사에서 27시간에 걸쳐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모두 서명 날인을 하지 않았다. 조서 열람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마지막 출석일에 무려 22시간에 걸쳐 꼼꼼히 조서 열람을 한 뒤 비로소 사인했다. 

임 변호사는 검찰도 어쩔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조사의 경우 피의자가 건강상 문제 등 합리적 사유로 피의자가 조사를 더 이상 받기 힘들다고 호소할 경우 검찰이 조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만 임 변호사는 "시간 문제일 뿐, 조사가 거듭될 경우 끝까지 서명 날인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간을 지체시키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몸이 아프다는데 어떻게 하냐”며 “다음 번 조사 기일에 사인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적인 관심이 쏠려 있는 이번 사건의 경우, 서명 날인을 하지 않음으로서 조사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점도 정 교수측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빠른 시간내에 구속 기소시키려 했던 검찰의 기세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추가 소환이 예정되면서 검찰의 조사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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