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1급 현역 판정에서 7차례 신검 끝에 4급 보충역 판정
손목 안 돌아간다며 사회복무요원 소집 처분에 취소소송
전신마취 검사에서 손목 정상 확인... 법원 "4급 판정 정당"

[법률방송뉴스] 대학을 가야 한다고, 자격증 시험 봐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아프다고 10년간 3차례 입영을 연기한 20대가 이번엔 손목이 제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아서 복무를 못하겠다고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29살 A씨는 꼭 10년 전인 2009년 9월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 등급 1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A씨는 대학 진학 예정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습니다. 첫 번째 입영 연기입니다.

A,씨는 그리고 2014년 5월과 같은 해 11월 재병역판정검사에서도 각각 신체 등급 2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역시 현역병 입영 대상입니다.

그 사이 A씨는 이번에는 자격시험 응시와 질병을 이유로 입영을 거푸 미뤘습니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입영을 연기한 겁니다.

그리고 A씨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은 결과 7급 ‘재신체 검사’ 대상자로 분류됐습니다.

이어 A씨는 마침내 지난해 5월 기어이 신체 등급 4급, 보충역 판정과 함께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세 번의 입영연기와 7번의 병역판정검사 끝에 얻어낸 결과입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 할 만 합니다.

그런데 A씨의 병역 거부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7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고 육군 훈련소에 입소했으나 귀가 조처된 뒤 병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낸 겁니다.

재판에서 A씨는 "2016년 7월 27일 1m 높이에서 추락해 오른쪽 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인대 손상이 발생, 수술을 거쳐 장기간의 재활 치료를 받았다"며 "오른쪽 손목을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군사교육 훈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시근로역인 신체 등급 5급에 해당하는 병역처분을 해야 하는데도 보충역인 신체 등급 4급 판정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게 A씨 항변입니다.

5급 전시근로역은 평시에는 병역을 하지 않고 전시에만 군에 편성되는 것으로 사실상 군 면제에 해당합니다.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에는 수동적 검사 결과 손목 관절이 10도 이하로 배굴 또는 굴곡에 제한이 있는 경우 징병 신체 등급 5등급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에 대한 수동적 검사 결과는 배굴·굴곡 각이 10도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 손목을 제대로 못 움직여 면제 처분을 받아야 하는 결과로 나타난 겁니다.

반전은 A씨에 대한 전신마취 상태에서 받은 수동적 검사 결과입니다. 배굴·굴곡 각 80도로 정상으로 나타난 겁니다.

한 마디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선 손목이 제대로 안 구부러지는 것처럼 행세를 했는데 마취시켜 놓고 검사를 해보니 잘 구부러지고 잘 돌아가는 정상으로 드러난 겁니다.

이에 재판부(춘천지법 행정부 성지호 부장판사)는 “A씨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손목 운동 범위 측정 결과는 A씨의 인위적인 힘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A씨의 손목 통증, 운동 제한 등에 관해 특별히 악화를 시사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신체 등급 4급 처분은 정당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어떻게 보면 20대 10년을 다 온전히 군대 안 가는데 써버린 A씨.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요,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요. 살수대첩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적장에 보낸 ‘만족한 줄 알고 그만 가기 바라오’라는 ‘여수장우중문시’가 떠오릅니다.

A씨도 아무튼 몸 성히 사회복무요원 잘 다녀오길 바랍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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