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사법연감'... 2018년 소송 658만건, 전년보다 2.33% 감소
인구 1천명당 19명이 민사분쟁, 5명 형사소송, 1명 가사소송
법조계 "민사 상고심 급증은 하급심 판단 불신 드러내는 현상"

[법률방송뉴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전체 소송사건은 총 658만여건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모두 감소했고, 특히 형사본안사건 접수건수가 전년 대비 8.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사소송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건수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가 18일 발간한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658만5천580건으로, 지난해보다 2.33% 감소했다.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658만건은 여전히 적지않은 수치다. 하루 평균 1만8천42건의 소송이 새로 제기되는 셈이다.

◆ 미국 '사기 분쟁' 90% 중재·조정으로 해결, 일본 '고소·고발' 한국의 50분의 1

해외의 경우 미국은 전체 형사사건에서 사기 등 재산범죄 사건의 비중이 2012년 기준 8.4%인데, 이는 한국 32.8%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과 달리 고소나 고발을 무조건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사기 등 분쟁의 90% 정도가 기소되기 전 다양한 중재 및 조정 제도로 해결된다. 한국에서는 사기라며 고소, 기소, 유죄가 될 일이 미국에서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은 고소·고발 접수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고소·고발의 3분의 2가 반려되거나 자진 철회된다. 접수 완료된 고소·고발 건수는 연간 1만5천건 이하에 불과하다. 일본 수사당국은 형사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안이나 미미한 사기, 횡령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접수나 수리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사기 등을 신고한 피해자 측이 기소가 가능한 증거를 찾아 수사당국을 납득시키지 않는다면 고소·고발이 수리되기 어렵다. 수사당국의 이런 까다로운 관행으로 인해 민원인은 고소·고발에 앞서 각종 중재제도와 민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할 때 비해 연간 고소·고발 건수가 50배를 오르내린다. 인구 수를 고려하면 100배 이상이다. 2015년 전체 고소·고발 51만2천679건 가운데 사기는 43.2%로 22만1천391건을 차지했는데, 기소율은 16.2%에 불과한 3만5천911건이었다.

◆ 전체 소송사건 중 민사 72%, 형사 23% 차지... 가사 2.6%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송사건 중 민사사건이 475만505건으로 72.1%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형사사건이 151만7천134건(23.1%)으로 뒤를 이었다. 가사사건은 16만8천885건으로 2.6%였다.

인구 대비 사건 수로 보면 민사소송은 인구 1천명당 19명, 형사소송은 5명, 가사소송은 1명이 겪은 셈이다.

심급별 접수 건수를 보면 대부분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민사소송 상고심 건수는 늘어났다. 민사소송의 경우 1심 접수건수가 95만9천270건, 항소심 접수건수는 5만8천971건으로 전년보다 5.74%와 6.19% 줄었다.

2016~2018년 법원 접수 전체 소송사건 건수(왼쪽), 형사사건 소송 접수 건수. / '2019 사법연감' 자료
2016~2018년 법원 접수 전체 소송사건 건수(왼쪽), 형사사건 소송 접수 건수. / '2019 사법연감' 자료

하지만 상고심 접수건수는 1만9천156건으로 2017년보다 24.68% 늘어났다. 민사소송 상고심은 2013년 이후 5년째 증가해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완만했던 증가폭이 2017년부터 갑자기 커졌다. 증가율로 보면 2014년 5.3%, 2015년 6.5%, 2016년 0.2%로 한 자릿수 이하였는데 2017년 10.6%로 두 자릿수로 접어들었고 지난해는 20%대를 넘어섰다. 2017년 민사 상고심 접수가 1만5천364건이었는데 2018년에는 1만9천156건으로 전년대비 24.7%증가해, 약 4천건가량 늘어난 셈이다. 민사사건 전체 건수는 줄었지만 2심 판결에 대한 불복률은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민사 합의사건 1심 판결 2만6천449건 중 항소 건수는 1만586건으로 40%를 기록했다. 민사 합의사건 1심 판결 항소율은 2014년 42.1%, 2015년 44.3%, 2016년 46.1%로 증가하다 2017년 40.5%로 떨어졌다.

지난해 민사 합의사건 2심 판결 1만875건 중 상고 건수는 3천698건으로 34%의 상고율을 보였다. 민사 합의사건 2심 판결 상고율은 2014년 44.7%, 2015년 41%, 2016년 39.4%에서 2017년 32%로 떨어졌다. 

◆ "민사상고심 급증 큰 의미"... 사실심 법원 심리에 대한 불복인가

민사사건의 소송 접수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상고 접수 건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법조계는 이례적 사안으로 보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상고심 접수 건수가 단순히 몇 % 늘어난 것이 아니라 20% 넘게 증가한 것을 보면 자연적인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요소가 개입되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1심에서 이겼는데 2심에서 지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형식상으로 볼때 과거에 비해 1심과 2심의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늘었고, 이에 따라 2심 판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소송 당사자들이 늘면서 대부분의 민사사건 상고 접수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고등법원이 과거에 비해 권위가 무너지고 있고, 2심 법원이 소송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영 변호사는 "사실심인 1·2심에서 심리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며 "상고심은 법률심이라고 해서 다시 법원의 판단을 새로 받아보겠다는 것인데, 정당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상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가 얼마나 많은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재판을 신속하게 끝내려는 부분도 있다. 재판이 시간에 쫒기다 보면 항소심까지 했는데 충분히 당사자의 얘기를 법원에서 안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증거 제출도 하고 사실심리를 좀더 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사법선진국 모두 상고 '제한'... 한국 상고심 제도 개선 '표류'

사법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독일, 일본은 모두 상고를 제한하는 제도를 통해 최고법원이 사건 수를 조절하고 있다. 세부적인 제도 운용방식 등에는 차이가 있지만, 의미있거나 중요한 사건에 한해 상고심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한국도 지난 1981년 상고허가제가 도입됐다가 군사독재시대의 산물로 민주적 정당성이 낮다는 점,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0년 폐지된 바 있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상고허가제를 이상적으로 꼽으면서 재조명받고 있지만 '재판은 삼세번까지 받아봐야 한다'는 국민의 법 감정이 워낙 뿌리깊어 재도입에는 부정적 여론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라리 우리 실정에 맞는 제3의 상고심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고심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수십년간 진전은 없는 상태다. 상고법원안은 지난 18대, 19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상고심사부'로 상고심 제도를 개편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논의 진척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를 비롯해 국민, 국회까지 상고제도 개선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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