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검거하면 상의 벗겨 문신 노출... 언론·미디어·법원, 문신 타자화·범죄화"

 

[법률방송뉴스] '문신자 출입금지' 한때 대중목욕탕에 이런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마치 전염병 환자라도 대하는 듯 문신에 대한 이런 거부감과 위화감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대중 매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이미지일까요. 실체가 있는 인식일까요.

'문신 잔혹사' 오늘(6일)은 그 세 번째로 문신은 조폭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어디서 왔는지 되짚어 봤습니다. 'LAW 투데이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영화배우 신현준과 김원희가 주연을 맡은 2005년 영화 '가문의 영광 2 - 가문의 위기'입니다.

여검사와 조폭의 로맨스와 이로 인해 빚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조폭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거대 조폭을 이끌어가는 3형제가 등에 나눠 새긴 '호랑이 문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이처럼 문신은 조폭의 전유물 또는 상징물처럼 치부되곤 합니다.

실제 80년대나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조폭 검거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엔 체포된 조폭들의 상반신을 벗겨 일렬로 세워놓고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이 공식처럼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문신은 조폭이나 하는 것이라는 어둡고 음습한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되고 강화된 걸까요. 문신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언론 보도와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 미디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1960년대 문신 관련 외신 보도입니다.

'살인마 스페크의 문신 캐나다 청년에 대유행', '시카고 살인마, 팔엔 만인을 지옥으로란 문신 새겨', '무조건 갱단으로 간주 마닐라시 문신금지령' 같은 제목의 기사들입니다.

이런 식의 '살인마나 범죄자들이 문신을 많이 한다'는 식의 외신 기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 갈래는 6~70년대를 관통하는 히피 문화를 타고 유입되는 문신 관련 가십성 외신 뉴스입니다.

이 경우 문신은 일탈적이고 퇴폐적인 이미지로 소비됩니다.

범죄자와 히피, 범죄와 일탈, 퇴폐. 어느 경우든 문신은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범주에서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고 타자화되고 낯선 것이 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조폭만 잡았다 하면 상반신을 노출시켜 TV 뉴스를 통해 전 국민에 문신을 보여주는 일이 일상화됩니다.

결국엔 이런 인식들이 쌓여서 문신은 조폭 같은 범죄자나, 대마를 피우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확고해집니다.

[이경직 대한문신사중앙회 자문위원]
"조폭들이 문신을 했던 것은 조직원 간에 단합, 단결, 그리고 충성 유도, 형제애를 맺는다고 문신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리고 주먹을 쓰는 애들이니까 자기 과시용으로..."

80년대 들어서는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 '문신은 유해하다'는 보건 안전 문제가 덧씌워 집니다.

'영구 눈화장 시술 부작용', '미용 문신 피부질환 유발', '예뻐지려다 평생 후회' 등의 기사가 그런 것들입니다.

결국 '문신은 곧 조폭' 이미지에 '문신은 위험한 것', '불법', '야매' 이런 부정적 인식들이 문신에 더 입혀지게 됩니다.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장]
"문신이 보건위생에 위험을 발생할 염려가 있어 국민의 건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국가가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신 합법화 법안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법원은 '문신이 불법 의료행위'라는 점을 법률적으로 일관되게 확인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판례가 지난 1992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대법원 선고입니다.

당시 서울고법은 문신사의 눈썹 문신에 대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눈썹 또는 속눈썹 모양의 문신을 하여 준 행위는 통증도 없고 출혈이나 그 부작용도 생기지 않으므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어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법원 판결 경향을 뒤집고 ‘불법 의료행위’ 혐의 문신에 무죄를 준 전향적인 판결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법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했습니다.

"작업자의 실수나 기타의 사정으로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문신용 침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면 각종 질병이 전염될 우려가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문신은 불법 의료행위라는 법원 판결은 줄곧 유지되고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달라졌는데 그 점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문신이 의료행위라는데 문신시술 하는 의사 본적이 있냐"고 문신사나 타투이스트들이 목소리를 높여 반문하는 대목입니다.

[김원규 타투이스트]
"병원에서 문신사가 하는 문신 행위는 불법이 아니고 병원이 아닌 문신사가 하는 문신 행위는 불법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이제 문신은 문화이며 남녀 구분 없이 눈썹문신 등 자기표현을 위해..."

실제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문신이나 타투를 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찾아보는 건 이제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탤런트 고소영과 한예슬, 영화배우 류승범, 가수 이효리, 설현, 박재범, 축구 국가대표팀 조현우, 차두리 등 일일이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SNS를 통해 문신을 드러내놓고 자랑합니다.

숨기고 감춰야 할 것에서 자랑하고 따라 하고 싶은 어떤 것.

지금도 TV 방송에선 문신을 흉측한 상처라도 되는 양 모자이크 처리해 가리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변화입니다.

[김은서 반영구 문신사]
"이미 국민 의식이라든지 사회적으로도 다 전 합법화는 이미 돼 있고 문서적인 공문적인 내용만 불법적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반영구 눈썹 문신이나 타투를 포함해 한 번이라도 문신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약 1천3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문신사들은 현행 의료법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일 헌재에 문신 합법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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