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압수수색영장 없이 휴대폰에서 동영상 추출... 위법 수집 증거, 증거능력 없어"

[법률방송뉴스] 지하철 계단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카로 찍다 지하철수사대 경찰관에게 딱 걸린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지난해 3월 26일 오전 8시쯤 서울시내 한 전철역 계단에서 휴대폰으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던 남성이 지하철수사대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현장에서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그 전 일주일간 지하철 1호선 역과 6호선 역을 옮겨 다니면서 여성 13명의 몰카를 18차례에 걸쳐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사무실에서 이 남성의 휴대폰을 탐색해 해당 몰카 동영상을 캡처하고 파일을 복사해 이 남성이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추출했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몰카 촬영 혐의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며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취업제한 2년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정부지법 형사1부 오원찬 부장판사)는 그러나 오늘 이 남성에 대해 몰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제출한 동영상 증거가 적법한 절차로 수집되지 않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일단 형사소송법상 폭파범이나 유괴범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현행범이라도 범행 현장에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상황이 급박해 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범행 도구나 증거를 넘겨받았더라도 사후에 반드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경찰은 또 휴대전화를 탐색해 증거를 추출하는 과정에 A씨를 참여시키지 않았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때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독수독과론’에 따라 무죄가 선고된 겁니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경찰관은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거나 이후 휴대전화를 탐색할 때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적법한 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최근 수사 실무상 체포 현장에서 피의자가 소지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영장 없이 저장정보를 탐색한다. 그러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의 양이 막대하고 민감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수사 관행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판결은 몰카 수사도 좋지만 개인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형사소송법 절차를 잘 지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몰카를 찍은 증거가 명백한데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작은 ‘법꾸라지’를 보는 것 같아 어쨌든 뒷맛은 참 씁쓸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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