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여야 내 영혼 살아... 환청 듣고 범행, 심신장애"
법원 "억제하지 못한 분노... 정신병적 망상 범행 아냐"

[법률방송뉴스] “부모를 죽여야 내 영혼이 산다”는 환청을 들었다며 30대 조현병 한자가 집에 있던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 제 정신으로 부모를 죽이는 자식은 없을 테니 심신장애가 인정될까요, 어떨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31살 윤모씨는 지난해 6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어머니와 침실에 있던 아버지를 느닷없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그것도 모자라 골프채로 머리를 가격해 부모를 살해했습니다

집에 골프채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아주 어려운 집은 아닐 테고 중산층 이상은 될 거라 짐작합니다.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 형에 대해 열등감이 심했던 윤씨는 평소 부모가 자신을 형에 비해 차별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원 판결문에 “피해자들 시신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고 적시됐을 만큼 범행은 말 그대로 ‘목불인견’ 잔혹했습니다.

관련해서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모를 죽여야 내 영혼이 산다는 환청이 들려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씨는 지난해 2월엔 영화관에서 검표업무를 하는 여성을, 3월에는 찜질방에서 자고 있던 여성을 추행한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도 함께 받았습니다.

영화관 같은 사람 많은 곳에서 저런 행위를 한 것도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는 재판에서 조현병과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신미약의 경우는 ‘감경사유’가 되고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전혀 없는 심신상실의 경우 책임성이 조각돼 형사적인 처벌에서 면제됩니다. 법적으로는 ‘무죄’가 선고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윤씨의 망상장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가 필요하다”며 무기징역과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전자발찌 부착명령 등을 선고했습니다.

"억제하지 못한 분노의 감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정신병적 망상, 환청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도 "정신과적 진료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현실검증 능력이나 판단력이 저하·손상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윤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범행동기 등을 살펴본 결과 부당한 형량이 아니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습니다.

변호사들에 물어보니 윤씨 경우엔 “부모를 죽여야 내 영혼이 산다”는 환청을 실제로 들었다고 하더라도 심신장애가 인정되긴 어렵다고 합니다.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은 시쳇말로 예를 들자면 약물이나 술에 취해 내가 뭘 하는지, 내 행동이 무얼 의미하는지 인식이 크게 부족하거나 전혀 모르는 경우 성립합니다.

윤씨 경우엔 환청을 들었더라도 “부모를 죽여야 내가 산다‘, 즉 ’부모를 죽인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행위에 대한 책임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재판에선 또 사형제 자체가 다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1심에서 검찰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자 변호인이 사형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제청신청을 한 변호사와 통화를 해보니 윤씨 경우를 특정해 사형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한 건 아니고 우리나라가 2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점과 과잉금지 원칙 위반 등을 들어 제청신청을 한 거라는 설명입니다.

관련해서 헌재는 지난 2010년 사형제에 대해 재판관 5: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합헌 의견 재판관 2명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린 거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범죄나 판결 기사에 꼭 달리는 댓글이 “쌀값도 아깝다. 왜 저런 흉악한 패륜 살인범 쌀값을 내 세금으로 대줘야 하냐. 사형시켜라”는 항의와 성토입니다.

‘사형제’,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참 어려운 주제입니다. 헌재엔 현재 사형제에 대해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데 헌재가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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