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현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현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첫사랑의 공감대로 로맨스 영화의 한 획을 그은 ‘건축학개론’. 이후 오랫동안 스릴러와 히어로 영화로 가득했던 극장가에, 작년 여름 첫사랑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이 2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했습니다.

‘너의 결혼식’은 고등학생으로 만난 승희와 우연이 대학을 거치고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고교시절 전학 온 여주인공 승희의 미모에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넋을 잃거나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남학생들은 승희가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여 사진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과연 영화 장면에서처럼 타인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흔히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재산적 이익, 즉 사람이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어 공표되지 아니하며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초상권이라 합니다.

초상권은 첫째,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할 권리(촬영·작성거절권), 둘째,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할 권리(공표거절권), 셋째, 초상이 함부로 영리 목적에 이용되지 아니할 권리(초상영리권)를 모두 포함합니다.

현행 법령상 초상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은 없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헌법 제10조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가가 보장하여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생명권, 명예권, 성명권 등을 포괄하는 일반적 인격권을 의미하고, 이 일반적 인격권에는 개별적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법 제750조 제1항이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도 초상권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초상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고, 초상권 침해 피해에 관하여 민사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얼굴을 찍어야만 초상권 침해일까요?

서울중앙지법 2014. 10. 14. 선고 2014나9419 판결에 따르면 "B사가 A씨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대체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과 주위 사정 등을 통해 사회통념상 A씨라고 식별할 수 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하여 얼굴이 아닌 신체 사진만으로도 초상권의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나아가 서울중앙지법 2012. 2. 27. 선고 2011가단247776 판결 역시 눈 부분을 모자이크한 상태에서 피고가 원고의 성형 전후 전면, 측면 사진을 게시한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하더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원고임을 알 수 있는 정도의 사진인 점"을 이유로 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명예 및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즉 초상권 침해의 여부는 얼굴의 노출 정도가 아니라 '해당 부분으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며,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거나 단지 신체의 일부 혹은 뒷모습만을 촬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만으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다면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초상권 침해 기준은 명백하게 구체화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사진 촬영이 일상화되면서 초상권 또는 사생활 침해가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루빨리 초상권 문제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져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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