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곽노규 변호사는 디즈니 영화 '라푼젤'을 통해 '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와 그와 관련되는 법적 쟁점들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필자는, 아이에게 곧잘 “공주야”라는 호칭을 씁니다. 필자의 눈에 딸아이가 공주같이 예쁘기도 하고, 또 공주처럼 귀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인데요. 딸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모두 필자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모든 엄마들이 딸을 ‘공주’로 만들어주고 싶을 만큼 동화 속 공주는 예쁘고 행복합니다. 적어도 결말에서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공주의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몇몇의 공주들은 행복해지기까지는 온갖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범죄의 대상이 되기까지 하는데요, 이에 2회에 걸쳐 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를 법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만나볼 주인공은 긴 금발머리의 대명사 라푼젤입니다.

마녀의 상추를 훔친 대가로 부부는 귀하게 얻은 딸을 마녀에게 빼앗깁니다. 그리고 이 못된 마녀는 라푼젤을 높은 탑에 가두어 버리고,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림으로써 라푼젤과 사랑에 빠진 왕자까지 해치고 맙니다.

이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도 마녀의 죄책은 어마어마해 보이는데요, ① 어린 라푼젤을 부모로부터 데려가 본인의 실력적 지배 하에 두었으니,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합니다. ②높은 탑에 가둔 부분은 감금죄에 해당할테고요, ③왕자를 유인하여 높은 탑에서 떨어지게 했으니 왕자에 대해서는 최소 살인미수죄도 성립할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혹시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도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요?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머리카락을 자른 사안은 아니지만 유사 사안으로 음모를 자른 것이 상해에 해당하는지에 관련하여, 우리 법원은 “음모는 성적 성숙함을 나타내거나 치부를 가려주는 등의 시각적·감각적인 기능 이외에 특별한 생리적 기능이 없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음모의 모근(毛根) 부분을 남기고 모간(毛幹) 부분만을 일부 잘라냄으로써 음모의 전체적인 외관에 변형만이 생겼다면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야기하기는 하겠지만 병리적으로 보아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도3099판결)”고 판시하여 상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요.

이에 따르면 머리카락이 잘린 것이 신체의 건강상태나 생활기능의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우므로, 마녀에게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에 대해서까지 형사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 법은 형사책임을 지우는 데 있어서는, 피해자에게 해당 신체부위가 일반의 경우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고려하는 것은 아니니 다른 사람도 아닌 라푼젤의 머리카락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보이는데요.

여하간에 동화 속에서 마녀는 결국 탑에서 떨어져 죽게 되니 악인의 최후는 비참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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