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정식 시행
'우위' 이용해 근로자에 고통 주는 행위 금지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MBC가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진정을 당했다는 보도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입니다.

'일은 안 시키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준다' 어떻게 보면 '환상'일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아주 악랄한 '차별'인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어떻게 직장 내 괴롭힘이 되나요.

[장한지 기자] 네, 오늘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76조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단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용자·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격리와 업무배제, 왕따.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에서 차별 △ 일을 거의 주지 않음 △ 사내 인트라넷 접속 차단 △ 집단 따돌림 등을 적시하며 MBC가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엄주원 아나운서]
"격리된 것은 비단 공간만이 아닙니다. 전산망도 차단됐습니다. 회사는 가처분 결정을 받은 날 사내 포털에 우리 아나운서들에 대한 방침을 공개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그 글을 아직도 볼 수조차 없습니다. 회사로부터 급여는 받지만 일을 언제 할 수 있을지도 모른 채 온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공영방송의 의무를 외쳐온 문화방송은 판결문에 쓰인 근로자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타당한 이유 없이..."

[앵커] 그런데 '정신적 고통'이나 '괴롭힘'이란 게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기자] 그런 지적을 반영해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직장 내 지위·관계의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이 모두 갖춰질 때 인정됩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SNS나 메신저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행위도 인정됩니다.

[앵커] 지위의 우위, 관계의 우위, 이런 것들은 그러면 어떻게 정의되나요.

[기자] '지위의 우위'란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수직관계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지위의 우위는 업무를 직접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 직급, 직위상 우위성이 폭넓게 인정됩니다.

'관계의 우위'는 개인 대 집단과 같은 수적 측면, 나이·학벌·성별·출신지역·인종 등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노조 가입 여부, 감사나 인사부서 같은 직장 내 영향력 등 상대방이 저항이나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괴롭힘을 사례 유형별로 보자면 △폭언·폭행 △모욕·명예훼손 △부당 업무지시 △따돌림·차별 △강요 등으로 나뉩니다.

[앵커] 구체적인 사례를 좀 들어보면 어떤 게 있나요.

[기자] 가장 흔한 걸로는 퇴근 후 늦은 저녁이나 출근도 전인 이른 아침에 카톡 등을 통해 업무를 닦달하거나 재촉하는 행위가 반복될 경우 이 역시 앞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됩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인데요.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업무를 너무 많이 시키거나 너무 안 시키는 것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앵커] 업무가 밀렸거나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을 경우 상사 입장에선 업무 압박을 좀 할 수도 있는데, 그럼 앞으로 이런 게 다 직장 내 괴롭힘이 되나요.

[기자] 무조건 그런 건 아니고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업무상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한 업무지시가 됩니다.

성추행에 대한 대법 판결을 준거로 삼으면 될 것 같은데 보통의 상식을 가진 제3자가 봤을 때도 성적인 수치심이 들었을 거라고 판단되면 성추행이 인정되는데 직장 내 괴롭힘도 평범한 제3자가 봐도 '저건 너무한다. 부당하다'는 판단이 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아니면 그런 걸 목격했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직장 내 인사팀이 있다면 인사팀이나 고충처리팀에 신고를 하면 됩니다. 신고 주체는 괴롭힘을 당한 본인 나아가 이를 목격한 제3자 누구라도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신고를 받으면 사용자는 즉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무 장소 변경과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합니다.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천만원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습니다.

[앵커] 사용자는 그렇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진 않네요.

[기자] 네, 이 법에서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첫 입법이니만큼 처벌을 앞세우기 보다는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규율하라는 것이 법안 입법 취지인데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발의한 한정애 의원은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없어 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2월 추가로 발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앵커] 네, 일단 법이 시행되었으니 상식에 맞도록 잘 운영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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