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 시달리던 산재 노동자, 사고 발생 28년 뒤 정신질환 요양급여 신청
근로복지공단 "시간 오래 흘러... 사고와 정신질환 인과관계 인정 할 수 없어"
법원 "사고 직후 적절한 정신적 치료 못받아 상태 악화... 요양급여 지급해야"

[법률방송뉴스] 일상생활 속 법률 구조 사례,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 김태현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앵커] 사건 내용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1987년 7월. 탄광에서 작업을 하다 대형석탄파쇄기 속에 전신이 말려 들어가 오른쪽 팔 전부가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한 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입니다.

정씨는 일단 오른팔 절단 사고에 대해선 1년 반 가량 요양급여로 치료를 받있고 1988년 8월 해당 상병에 대한 요양을 종결했습니다. 

그러나, 정씨는 요양 종결 이후에도 매일 밤 이 사건으로 인한 악몽을 꾸는 등 극심한 우울과 불안, 공포, 수면장애, 슬픔, 자살충동 등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에 정씨는 2015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적응장애 등의 질환에 대해 추가 상병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소송을 낸 겁니다. 

정확한 소송 이름은 ‘추가상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입니다. 정씨 사건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한유진 변호사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한유진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최초 재해 내용에 비추어서 확인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과적 상병은 충분히 연관성이 인정되는데 그 부분이 처분에서는 반영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당연히 구조공단이 도와드려야 될 사건이라서 생각해서...”

[앵커] 소송 쟁점이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정씨의 오른 팔 절단 사고는 1987년 일어났고 이에 대한 요양은 1988년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각종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추가 요양 신청은 2015년, 그러니까 약 28년의 시차가 있는 겁니다.  

이에 팔 절단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병 사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시간이 30년 가까이 흐른데다 정씨가 사고 직후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고 20년 넘게 흐른 뒤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점 등을 들어 사고와 정신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앵커] 공단은 어떻게 반박했나요.

[기자] 법률구조공단은 정씨가 당한 재해가 아니고선 달리 정신 질환을 초래할 만한 다른 요인이나 사건이 없었던 점, 끔찍한 사고를 당한 후 수 십년 뒤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발병되는 사례가 의학적으로도 보고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맞섰습니다.

한유진 변호사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한유진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저희 측에서는 추가 상병의 병리적인 특성을 염두에 두고 상당시간이 경과된 후에도 발병되는 사례가 보고되는 점 그리고 의뢰자가 그 이전에도 유사한 증상 등으로 인해서 처방을 받아온 점을 위주로 변호를 했고...”

[앵커] 재판부 판단을 좀 들어볼까요

[기자] 네 1심 재판부는 수십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극심한 우울과 불안 등 정신질환이 유발된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는데요. 

재판부는 특히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한 사고 직후나 초기 정신질환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고 직후 적절한 정신적·심리적 치료를 받지 못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더 커졌다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판단했습니다.

판결 의의, 소송을 대리한 한유진 변호사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한유진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재해와 추가 상병 진단 간에 시간적인 간격만을 따지지 않고 사고의 내용과 이후 근로자의 상황을 의무기록 등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해서 근로자를 구제한 사레로 의의가...”

해당 판결은 2018년 2월 확정됐고 정씨는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네, 근로복지공단이 요양급여 안 준다고, 상대가 정부기관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법률구조공단 찾아서 적극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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