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도용 자체는 처벌 조항 없어... 명예훼손 등 다른 사안과 묶여야 처벌 가능
민홍철 민주당 의원, 'SNS 타인 사칭 금지법' 발의... 3년 넘게 상임위 '계류 중'

[법률방송뉴스] 도플갱어,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내가 아닌 나’를 말합니다. 온라인과 SNS에 이런 나의 ‘도플갱어’가 떠돌아 다니고 있다면 얼마나 섬뜩할까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법률방송 ‘잠자는 법안을 깨워라!’, 김태현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사진과 동영상에 특화된 SNS 인스타그램입니다.

호주에 사는 두 아들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의 계정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밝고 화사한 얼굴의 엄마 사진과 귀여운 아기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 바로 아래 “대체 누구신가요? 팔로어도 별루 없는 내 계정을 대체 왜“라는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진과 이름을 가져와 SNS에서 ‘그 사람’ 행세를 하는 이른바 ‘계정도용’입니다.

“이게 뭐니”라고 깜짝 놀라는 반응에서부터 “이거 무섭다”, “내 페북도 도용당했다”는 등의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계정도용’, ‘사칭계정’ 등의 키워드를 넣어 봤더니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끝도 없이 뜹니다.

유명 배우나 가수 등을 넘어 평범한 일반 네티즌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계정도용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계정도용이 자행되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 이런 계정도용이나 사칭계정을 막거나 처벌할 수 있는 별 뾰족한 방안은 사실상 없는 실정입니다.   

일단 우리 형법은 온라인 초상권이나 타인 사칭 행위를 처벌하거나 규율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재산상 피해나 이득 등 2차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민·형사상 대응이 가능합니다.

실제 대법원도 타인 사칭 사건 관련 지난 2016년 “사진과 전화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 행세를 한 것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입법 공백을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이 우리 국회엔 발의돼 있습니다.

2016년 6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입니다.

법안은 “타인 사칭 행위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정신적인 피해를 준 것이며, 온라인상에서 타인 사칭 행위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민홍철 의원 / 더불어민주당]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없어요.그래서 형사처벌 근거도 마련하는 그런...”

이에 따라 법안은 동의를 받지 않고 이름이나 사진, 영상, 신분 등을 사칭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또 해당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해당 계정 등을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법안은 다만 형벌권의 과도한 확대 방지를 위해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했습니다.

[민홍철 의원 / 더불어민주당]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명의도용이라든지 인격권을 침해당하는 이런 부분들이 피해구제도 빨라지고 그런 사례도 줄어들 것이 아닌가...”

민홍철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회기종료로 법안은 자동폐기됐습니다.

그리고 민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발의한지 만 3년이 넘도록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묶여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라는 슬로건이 공허하게 들립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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